“아이가 만남 거부” 따돌림에 우는 비양육부모

박유빈 2023. 4.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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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고 이시우(11)군을 학대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의 첫 재판이 열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가정법원은 표면적으로 아이가 비양육부모 만나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송 소장은 "우리나라 법원은 아동 의사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아이가 거부한다고 하면 면접교섭이행명령 신청을 청구해도 기각하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가해 부모가 법망을 빠져나가고 사실상 자녀 정서 학대가 이어지는 관행을 법적으로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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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모 학대에 숨진 초등생도
부모 이혼 후 친모 두번만 만나
실제 본인 의사인지는 불분명
양육자 통제 인한 결과일 수도
“우리 법원, 아동의사 존중 취지
면접교섭 신청해도 기각 일쑤
자녀 정서학대 관행 지속 악순환”
지난 13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고 이시우(11)군을 학대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의 첫 재판이 열렸다. 시우군은 부모가 이혼 후 친모를 두 차례밖에 보지 못했다. 친모는 “제 아들은 4년간 저와 말 한 번 (나누지 못하고),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친부와 계모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했다.
고 이시우군 친모는 아이를 기른 6년 동안의 기록을 고스란히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다. JTBC 캡처
이혼한 가정에서 양육부모와 생활하는 자녀가 비양육부모와 만남과 교류를 거부하는 ‘부모 따돌림’에 눈물짓는 생부·생모가 적잖다. 특히 시우군 사례처럼 자녀가 양육부모 밑에서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당해도 부모 따돌림으로 인해 아이를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차제에 부모 따돌림 방지를 위한 법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가정법원은 표면적으로 아이가 비양육부모 만나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것이 진정 자의로 내린 결정인지, 세뇌와 조종의 결과인지 부모 따돌림 행동 유형을 규정해 법원의 참고 기준으로 삼는다. 영국의 경우 법원에서 부모 따돌림이 의심되면 양육권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다. 영국 아동·가정법원 자문 및 지원 기구(CAFCASS)는 부모 따돌림 행위를 경험한 아동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10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이 나타나면 비양육부모와의 안 좋은 관계로 인한 자의가 아니라 양육부모의 세뇌에 의한 결과라 본다.

세계일보가 만난 비양육부모들은 부모 따돌림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했다. 2016년 이혼한 강모(42)씨는 건강 문제로 이듬해 여덟 살 딸의 친권, 양육권을 모두 친부 쪽에 넘겼다. 2021년까지 아이와 잘 지내왔지만, 친부가 그해 9월 재혼하며 상황이 돌변했다. 엄마와 자고 온다는 아이에게 반나절만 만나고 오라던 친부의 말은 ‘밥만 먹고 와라’, ‘한 시간만 보고 와라’로 바뀌었다.

강씨는 2021년 9·10·11월, 지난해 1월을 끝으로 더 이상 딸을 보지 못했다. 아이 휴대전화 번호도 일방적으로 바꿔 아이와 연락이 끊긴 강씨는 계모에게 연락했으나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강씨는 “‘왜 자기 가족을 건드리느냐’는 취지로 말하더라”며 “방학 때면 아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지난 겨울방학 때 연락했더니 또 ‘아이가 싫어한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현호(38)씨는 2016년 이혼 진행 과정에서부터 아이를 잘 만날 수 없었다. 2021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만남이 마지막이다. 서씨는 “당시 아이와 통화를 들어보면 아이 엄마가 ‘가기 싫다고 말하라’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며 “이때 통화할 때 아이가 울면서 ‘힘들다’고 말해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상황 자체가 힘들었던 것 같다”고 가슴을 쳤다.

강씨나 서씨와 같은 피해 부모들이 모인 부모따돌림방지협회는 25일 시우군 친모와 함께 친부와 계모를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협회 대표를 맡은 송미강 지인정신상담연구소장은 “양육권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모두 통제하면 아이는 양쪽 부모 사이에서 눈치 보다가 결국 비양육부모를 ‘안 보겠다’고 포기해버린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우리나라 법원은 아동 의사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아이가 거부한다고 하면 면접교섭이행명령 신청을 청구해도 기각하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가해 부모가 법망을 빠져나가고 사실상 자녀 정서 학대가 이어지는 관행을 법적으로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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