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마이너스의 정치
2014년 일본 중의원 선거에 희한한 이름의 정당이 등장했습니다. '지지정당 없음'이란 당이었죠.
2009년, 2012년 선거에 출마해 잇따라 낙선한 사노 히데미쓰라는 사람이 만든 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상한 이름의 정당이 무려 10만 4천여 표를 획득합니다.
비록 당선자는 내지 못하지만 사민당, 차세대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기록하죠.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천여 명을 대상으로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물은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32%로 동률을,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은 31%로 나타났습니다.
무당층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보다 무려 13%나 늘어난 겁니다. 특히 20대 무당층은 절반이 넘는 54%로 1년 새 25%나 증가, 30대에서도 질주하고 있으니 '무당'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여의도 1당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이죠.
하긴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온갖 특혜는 다 누리면서 하는 일은 정쟁과 방탄, 엉터리 입법과 꼼수, 혈세 낭비뿐이니, 그들도 할 말이 없을 듯한데 얼굴 참 두껍죠.
정당들은 벌써 내년 총선 모드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강성 지지층을 내세워서요. 지금처럼 혐오의 정치가 지속되면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은 무당층은 투표를 포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럼 거대 정당들은 더욱 강성지지층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겠지요.
우리 정치는 상대평가가 아닙니다. 쟤보다만 잘하면 된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 없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누가누가 잘하나가 아니라 쟤네가 더 나빠요라고 손가락질해서 내 잘못을 덮는 식으로 버텨왔죠.
자신들이 잘한 게 없으니까 그렇게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해 비교우위라도 차지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근데 어쩌죠. 글로벌 시대, 선진국들의 품격 있는 정치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보니 우리 국민들의 눈도 이젠 많이 높아졌습니다.
대체품이 없으니 괜찮아라고 언제까지 안도하시겠습니까. 무당층과 정치 무관심층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마이너스의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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