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산 '홈런' 뒤에는 이진영 코치의 '쿠세'가 있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대형 홈런이었다.
좀처럼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던 SSG 전의산이 지난 21일 키움 후라도를 상대로 5회 1사 후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 솔로 아치를 그렸다. 배트를 던진 뒤 그라운드를 당당하게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전의산은 이진영 코치에게 달려가 감사 인사를 했다. 이진영 코치도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전의산은 이진영 코치에게 왜 감사 인사를 했을까
이날 경기에서 8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전의산은 첫 번째 타석에서 후라도의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최근 타격 페이스까지 떨어진 상태라 타석에서 자신감도 잃은 모습이었다.
3회 첫 번째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난 전의산을 이진영 코치가 불렀다. 이진영 코치는 전의산과 함께 후라도의 투구를 보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진영 코치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전의산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리고 5회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바깥쪽으로 빠지는 136km 체인지업을 골라낸 뒤 2구째를 기다렸다. 마운드 위의 후라도는 고개를 계속해서 저으며 김동헌 포수의 사인을 거부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패스트볼을 뿌렸다. 전의산은 149km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노리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고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그렇다. 이진영 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상대 습관이나 경향을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였다. 이날도 전의산에게 후라도의 투구 전 습관을 알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일명 '쿠세'라고 불리는 상대 투수의 경기 중 버릇이나 습관을 이진영 코치가 귀신같이 잡아낸 것이다.
기자는 과거 이진영 코치가 LG 선수 시절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쿠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SK에서 많이 배웠다며 더그아웃에 앉아 연습 투구를 하던 투수의 구종을 미리 말해 준 적이 있다. 100% 맞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높은 적중률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투수의 글러브만 보고도 어느 구종을 던질지 예상할 수 있는 선수였다.
은퇴 후 SSG 타격 코치로 부임한 그는 상대 투수의 경기 중 버릇이나 습관을 파악하는 기술을 선수들에게 전수하는 중이다. 이날 9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민식도 "타석마다 어디를 공략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셨는데 우연치 않게 그 포인트로 기회가 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라며 이진영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사실 현대 야구에서는 '쿠세'가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팀마다 전력분석팀이 있기 때문에 한 경기에서 노출되면 다음 경기에서는 고치고 나온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나 신인 선수들은 아직 '쿠세'를 잡아낼 가능성이 높다. 오늘도 이진영 코치는 날카로운 눈빛은 상대 투수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진영 코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전의산이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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