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00년 전 일로 日에 무릎 꿇어라? 수용못해" 또 발언 파문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서 이번엔 나서서 일본 두둔 발언
민주당 "어느나라 대통령이냐, 무슨 권한으로 면죄부주나"
정의당 "입 리스크 도져, 국민에 무릎꿇을 사람 윤 대통령"
대통령실 "이런 접근 한일관계 도움 안된다는 취지"
안병길 "언론이 제목 왜곡 보도, 정상보도해야"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 출국 당일부터 인터뷰 발언 파문이다. 이번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100년전 우리와 역사를 이유로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이 그대로 실렸다.
야당에서는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 대한민국 국익과 영토주권을 수호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느냐, 무슨 권한으로 일본의 침탈과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 이날 발언에 대해 무릎꿇고 사죄하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무릎 꿇어라'라는 이런 접근이 한일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거듭 해명을 하는 등 진화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자 온라인에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기사(Ukraine, China main focus as South Korean president visits White House)에서 이 같은 발언을 수록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대통령실이 밝힌 윤 대통령 발언)라고 밝혔다. 아래는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문제된 부분의 원문이다.
“Europe has experienced several wars for the past 100 years and despite that, warring countries have found ways to cooperate for the future,” he said.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회담 시작도 전에 또 발언 논란을 일으키냐며 충격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오후 5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을 지켜야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충격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권한으로 일본의 침탈과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용서하면 되는 문제를 여태껏 용서를 강요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다는 말이냐”며 “그저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전쟁 당사국들이 서로 협력할 방안을 찾았다는 언급을 두고 강 대변인은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과거사 반성을 알기는 하느냐”며 “일본은 지금도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부정하고 있는데, 미래를 위해 일본을 용서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 주장을 두고 강 대변인은 “거짓된 주장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며 “지난 대선 당시 당당하게 일본을 용서하자고 말하시지 그랬느냐”고 비판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국민의 걱정이 많은 미국순방 직전에 또 입리스크를 터트렸다”며 “국민을 폄훼하고, 국격을 실추시킨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위 대변인은 “망상에 가까운 생각으로 우리 국민을 무턱대고 과거에만 얽매여 안보나 한일협력에는 생각 없는 국민들로 매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위 대변인은 “일본이 100년 전 자행했던 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을 수 없는 피와 고통의 역사”라며 “한일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 사과할 것은 분명히 사과하고, 전범기업들이 피해보상을 직접 해야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 국민적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없이는 100년 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라며 “역사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목했다. 위 대변인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무릎 꿇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라”고 질타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지금 역대 정부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는 한일 정상회담의 일본 총리 입장을 대통령이 나서서 찢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역사적 무지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무지로 점철된 대통령의 무개념 인터뷰에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결단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문제 그 자체라고 생각을 굳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망언 퍼레이드를 멈추라”며 “대통령의 망언에 책임있는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을 싹 다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24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한 '알려드립니다'에서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을 두고 “(그렇게) 발언한 배경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며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98년, 김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언론탓을 하기도 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들이 대통령의 WP 인터뷰를 인용해 '100년전 일로 일본이 사과해야한다는 생각 못받아들여'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쏟아냈다”며 “이는 전후 맥락을 모두 삭제하고, 구체적인 윤 대통령의 표현까지 자의적으로 편집한 매우 심각한 왜곡 보도”라고 썼다. 안 의원은 “전문을 보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한일 외교관계가 '절대적', '무조건' 과 같은 정치적 주장에 갖혀, 극단적인 대립에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음을 잘 알 수 있다”며 “기사 제목은 내용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특히 “외교 관련 보도일 경우 특히 신중해야 한다”며 “오늘 쏟아진 일부 언론들의 기사 제목들은 매우 예민하고 중요한 본질적 내용을 크게 왜곡시켰다. 이것은 언론 취재 윤리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과오”라고 규정했다. 그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이를 비추는 정상보도가 먼저 필요하다”고 언론 보도를 폄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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