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낯선 `우회전 일시정지` 대혼란… 2분에 한 대꼴 위반

일하느라 뉴스 안 보고 산다. 억울"
"일시정지 깜빡, 뉴스 안봤다"
"정지의 정확한 개념 뭐냐"는 불만도

24일 서울 구파발역 인근에서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2023년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차로 우회전 시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반드시 일시 정지한 후 우회전해야 한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구파발역 인근에서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교통법 제27조1항 보행자 보호 불이행 위반했습니다. 면허증 보여주세요."

지난 22일 도로 교차로에서의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이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단속이 3일째로 접어든 이날도 현장에서의 혼란은 여전했다.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 롯데몰 앞 사거리. 이곳에선 은평경찰서가 오후 3시10분부터 약 40분간 우회전 위반 특별 단속을 실시했다. 곳곳에선 교통경찰관의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좀처럼 끊이질 않았다.

교통 경찰관에게 잡힌 차는 모두 20대였다. 2분에 1대꼴로 우회전 위반이 적발된 셈이다.

경찰은 이 중 4대의 운전자에겐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했다. 서행으로 횡단보도를 통과하는등 위반 정도가 약한 운전자 16명에겐 주의를 줬다.

이날 적발된 운전자 대부분이 새로 도입된 교통규칙에 익숙하지 않아 혼란을 겪는 모습이었다.

한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 생각에만 집중하느라 일시 정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이 부과된 택시 운전사 곽모(68) 씨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깜빡했다"며 "벌금에 벌점까지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일시 정지'의 정확한 뜻을 놓고, 운전자와 경찰관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은평구에 사는 박모(53) 씨는 '바퀴가 지면에 정확하게 머무르도록 정차해달라'는 경찰관의 요구에 "브레이크를 밟고 정지하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도 살펴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일시 정지란 말의 의미가 뭔지, 정확히 몇 초를 멈춰야 하는지 설명해달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경찰관은 "차량의 속도가 '0'이 될 때까지 멈춘 뒤 주위를 살펴보고 다시 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정지선에서 일시 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운전자도 있었다.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받은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일하느라 뉴스를 안 보고 살아 몰랐다. 당황스럽고 억울하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박 모씨는 "그동안 한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몰랐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인서연 은평경찰서 교통안전계 홍보담당 경장은 "지난 3개월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 캠페인을 꾸준히 했다"면서 "바뀐 법을 알리기 위해 좀 더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적색신호 시 우회전 자체가 금지"라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이젠 적어도 한번은 멈추고 보행자를 살핀 뒤 가라는 것"이라며 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