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전염된다? 부부 중 한명이 우울증 있다면 배우자도 우울증 위험 ↑
고령화 사회와 함께 노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국내 우울증 환자(68만 4,690명) 중 40.2%(27만 5,684명)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정신질환을 앓는 노년층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2010년에는 우울증·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60세 이상 노인의 수가 29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그 수가 53만여 명으로 약 8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만큼, 앞으로 노년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같은 우울증 위험요인 공유해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은 전염력이 높은 질환이다. 실제로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the University of Copenhagen)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진이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우울증을 앓으면 또 다른 가족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노부부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24일 분당서울대학병원 한지원·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노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우울증을 앓으면 나머지 한 사람도 우울증을 겪게 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노부부에 비해 약 4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전국 11개 대학병원에서 956쌍의 노부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먼저 부부가 공유하는 우울증 위험 요인을 조사했으며, 이후 남녀 불문하고 부부 중 한 명이 우울증 환자일 때 나머지 배우자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부 중 한 명이 우울증 환자일 때 그 배우자도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약 3.89배 높았다.
연구진은 부부가 평소 △과도한 음주 △운동량 부족 △낮은 사회적 지지 △만성질환 부담 △인지기능 장애 등 여러 우울증 위험 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낮은 사회적 지지와 만성질환 부담, 인지기능 장애가 우울증 전염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지원 교수는 "우울증 환자의 배우자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부부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가 부족했다"라고 말하며, "만약, 의료진이 부부가 공유하는 우울증 위험요인을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노인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년기 우울증, 치매 위험 높여 적극적인 치료 필요
노년기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그 양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마찬가지로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 무기력, 슬픔,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때때로 두통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 다만,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노년기 우울증은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노인성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대한치매협회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은 노년층은 그렇지 않은 노년층에 비해 치매 발병 가능성이 2~3배 높다. 또한, 치매 환자의 약 30%가 우울증을 함께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화와 함께 도파민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 조절 능력과 저항력이 떨어져,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신체적 능력 상실, 자식과의 불화, 사별, 외로움 등이 노년기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다만,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노인성 질환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노년기 우울증은 초기에 치료하면 70~80%가 개선된다. 또한, 노년기 우울증 치료와 관리는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사용된다.
약물치료 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꾸준한 치료로 증상이 상당 부분 개선되면 전문의와 상의 후 약 복용을 중지해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음은 대한치매협회에서 제공하는 우울증 자가 진단법이다. 아래 증상 중 5개 이상(1, 2번 중에 하나 이상)에 해당하거나, 증상이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1.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일상의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 또는 흥미의 감소
3. 급격한 체중 변화 및 식욕 감소/증가
4. 수면장애
5. 정신운동 지연 또는 정신운동 초조
6. 피곤 또는 에너지의 감소
7.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
8.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9. 반복적인 자살 생각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건강을 위한 첫걸음 - 하이닥 ⓒ ㈜엠서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벌써부터 모기가?...‘세계 말라리아의 날’ 맞아 말라리아의 증상과 예방법 알아보기
-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뇌암 발생률 높일수도...
- ‘이 질환’ 동반한 골다공증 환자, “골밀도 개선 치료 효과 떨어져”
- “피곤하지 않은데 피곤해요?”...풀리지 않는 피로의 비밀은 바로 ‘이것’
- 임신 중 우울증...출산 후 2년 이내 '이 질환' 위험 ↑
- 다이어트 후 ‘요요’는 필연? 요요 현상 예방하는 다이어트 방법
- 마스크 트러블 관리법 3 …여드름 패치는 유형따라 골라야
- 극심한 생리통 유발하는 ‘자궁내막종’…비수술 치료 고려한다면 경화술로
- 남성 요도염, 증상 없어도 치료해야 할까? [건강톡톡]
- 봄철 ‘이것’ 잘못 먹으면 사망까지…팔팔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패류독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