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WP '日 용서' 발언 논란…대통령실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취지"

허주열 2023. 4. 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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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일로 日이 무릎 꿇고 용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 안 해"
野 "美 순방 직전 '입 리스크' 또 터졌다…국격 실추시킨 망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5박 7일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100년 전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야당 쪽에선 "윤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민을 폄훼하고, 국격을 실추시킨 망언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24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알림 글에서 "윤 대통령이 (WP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고 발언한 배경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또 "한일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유럽이 지난 100년간 여러 전쟁을 경험하고도,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은 것을 언급하면서 "100년 전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설득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이후 국내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WP 인터뷰 일본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참으로 당황스럽고 참담하다"라고 규탄했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참으로 당황스럽고 참담하다"라고 규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수십 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받아 고통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선 안 될 발언으로 생각된다.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어떠한지 생각해 보는 발언 같다"며 "뭔가 수습할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을 지켜야 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는가? 무슨 권한으로 일본의 침탈과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주는가? 우리나라가 용서하면 되는 문제를 여태껏 용서를 강요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대신 일본을 용서해 주지 못하는 우리나라로 돌리다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를 잊은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며 "윤 대통령에게 과연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을 맡겨도 되는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 걱정이 많은 미국 순방 직전에 또 (윤 대통령이) '입 리스크'를 터트렸다"며 "국민을 폄훼하고, 국격을 실추시킨 망언이다. 망상에 가까운 생각으로 우리 국민을 무턱대고 과거에만 얽매여 안보나 한일 협력에는 생각 없는 국민들로 매도했다. 윤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위 대변인은 "일본이 100년 전 자행했던 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을 수 없는 피와 고통의 역사다. 또한 여전히 살아있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모두 제대로 된 사과와 정리, 합리적인 외교가 없었기에 반복되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한일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 사과할 것은 분명히 사과하고, 전범기업들이 피해보상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 국민적 상식이다. 역사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라고 맹비난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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