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긴 세입자 ‘발등’… 공인중개사까지 낀 전세사기 [전세사기 사태 일파만파]
전세가율 높은 지역 합동 조사
자격증 대여 등 72건 불법 적발
업계 “자정노력 기울여야” 강조
인천 피해자들 긴급주거 주택
10채 중 4채 ‘원룸’… 원성 높아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지탄받고 있다.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오히려 건축업자 등과 짜고 범행을 벌여 이들을 믿었던 대학생, 신혼부부 등을 낭떠러지로 떠밀었다. 공인중개사의 일탈행위는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줄 알면서도 성과보수 등을 노리고 불법 중개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대학 신입생, 취업준비생 등 부동산 계약 경험이 미숙한 청년층에 집중됐다. 범행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져 부동산컨설팅 업자까지 개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시는 또 25개 자치구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합동 조사한 결과 자격증 대여 등 72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금지행위 위반, 무자격자 광고 등 4건은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거래계약서 작성위반, 고용인 미신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위반 등 11건은 업무정지 처분하고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부적정 등 18건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인은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입지, 권리관계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은행 대출 여부 등 보증사고 위험성을 막아야 할 공인중개사가 되레 범행에 가담하면 부동산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이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피해자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에선 공공기관이 확보한 임시거처 10채 중 4채가 방 한칸짜리 원룸으로 파악돼 피해자들의 원성이 나온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관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긴급주거 주택 238호 중 91호(38.2%)는 전용면적 20㎡ 미만 원룸이다. 이보다 큰 면적의 20∼59㎡ 122호(51.2%), 60∼85㎡ 25호(10.5%)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주거 불안정으로 도움을 원할 땐 기존 집과 면적이 유사한 5곳을 둘러보고 하나를 골라 이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규모 59㎡ 미만이 전체의 90% 가량을 차지해 현실적으로 선택 범위가 넓지 않다. 식구가 2∼3명이라면 원룸에서 지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추홀구 일대의 대다수 피해 아파트와 빌라는 방 2∼3개 구조로 전해진다.
구윤모·이규희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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