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협력은 시급한 안보문제 때문"… 北위협 관련 '당위성' 강조

노민호 기자 2023. 4. 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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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전 WP 인터뷰서 "유럽은 전쟁 치르고도 협력 방법 찾았다"
"日, 100년 전 역사 때문에 무릎 꿇어야 하나" 발언은 논란 소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 한일 간 안보협력의 시급성 때문이라며 그 '당위성'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24일 보도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WP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미루기엔 한국의 안보문제가 너무 시급했다"며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치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그렇게 협력하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100년 전 역사 때문에 그들(일본인들)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만 그는 "이는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설득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언급한 우리나라의 '시급한 안보문제'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그에 따른 도발·위협 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첫 해인 작년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비롯해 총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쐈고, 올 들어서도 ICBM 3발 등 9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아울러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국제 안보질서가 요동치는 상황 또한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외교 분야 최우선 기조로 삼아왔으며, 이후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한미일 3국 협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북한·중국 등의 역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줄곧 강조해온 것이기도 했다.

ⓒ News1 DB

아울러 윤 대통령의 이번 WP 인터뷰 발언은 우리 정부가 지난달 초 국내 여론 악화 부담 속에서도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것 또한 '한일 간 안보협력의 시급성 때문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6일 공식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8년 10~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피고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원고(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에게 우리 행정안전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기업) 기부금으로 마련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해법은 그간 일부 피해자 측이 요구해온 일본 기업들의 배상 참여 및 일본 측의 사과를 담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과 관련해 일본 측에 법적 부담을 강제하는 대신 "성의 있는 호응" 조치, 즉 자발적인 배상 참여와 사과 등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현재까지 일본 측이 보여준 태도는 그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측은 지난달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와 16일 한일정상회담 개최 이후에도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 등이 담긴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를 발표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한일관계 개선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윤 대통령의 이번 WP 인터뷰와 관련해 "현재 국내 대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이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바라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은 극단적으로 무릎을 꿇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그런 얘길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오히려 지금은 국내 여론을 상대로 (정부 입장 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일본 측이 (우리 결단에) '호응'해올 가능성도 더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한일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올 하반기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이뤄지더라도 일본 측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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