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생금융 압박서 비켜선 농협은행… "수익 대부분 농업인 지원"

강길홍 2023. 4. 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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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정부의 '이자 장사' 비판 의식
저리대출 등 앞다퉈 정책 내놔
농협, 상생금융 경쟁에 소극적
작년 사회공헌지출 1위도 한몫
일각 "회장 존재감 큰 듯" 해석
농협은행 제공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NH농협. 금융권에서 흔히 분류하는 '5대 시중은행'이다.

정부나 금융 당국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나 행사에 5대 은행은 한 묶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현 정부가 유독 공을 들이는 '상생 금융' 경쟁에서는 농협은행은 뺀 4대 은행만 주로 거론된다.

상생금융은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 속에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추진하는 대표적 사회 공헌활동. 농협은행이 상생 금융 경쟁에서 유독 자제하는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현금인출기(ATM)처럼'…건건이 구원 투수 나서는 4대 은행=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권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와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4대 은행이 발표한 이자면제·법률상담 등의 지원 규모만 수조원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과 카드사들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이자감면과 상환유예, 분할 상환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금융권의 이같은 '봇물 지원책'은 금융당국의 압박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해 은행권 부행장급 임원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한 뒤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고,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권의 '돈잔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5000억원의 재원을 모아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과 각종 수수료 면제 대책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하지만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은행권은 기존 계획을 대폭 확대한 대규모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았다.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 차례로 발표했고,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동참했다. 은행들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할 때 이복현 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부나 금융당국이 주도한 각종 행사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결국 임종룡 회장이 취임 한 뒤인 지난달 30일 대규모 상생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참석, 우리은행과 금융당국과의 갈등 관계가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 바라만 보고 있는(?) 농협은행= 농협은행은 4대 은행은 물론 지방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발표한 대규모 상생금융 경쟁도 바라보고만 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이자 장사로 성과급 파티를 했다'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고 코너에 몰려 있는 게 시중 대형 은행의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비판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농협은행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석준 회장의 '가볍지 않은 존재감'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낙하산' 논란 속에서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결정됐고, 올해 1월2일 출근을 시작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권 실세로 꼽히는 이 회장이 버팀목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을 덜 받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농협은행, "우리도 열심히 한다"= 농협은행 측은 취약계층 지원 등 상생금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별 사회공헌 지출액은 농협이 168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1630억원), 우리은행(1605억원), 하나은행(1493억원), 신한은행(1399억원) 등의 순이다.

또한 농협은행 측은 다른 4대 은행이 상장사인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는다.

농협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가 농협중앙회에 배당돼 농민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생과 사회공헌의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금융취약계층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계획을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이 농협은행"이라면서 "금융 당국에서도 '농협이 마중물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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