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국참' 여부 놓고 공방 치열
변호인 "북한 반국가단체? 사회적 합의 필요"
검찰 "국민참여재판 진행 시 안보수사 차질"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이적단체 설립' 지령을 받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53) 진보당 전 제주도당위원장과 박현우(48) 진보당 도당위원장, 고창건(53)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두고 변호인과 검찰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참여재판' 여부 놓고…변호인 검찰 간 공방
2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은주 전 위원장과 박현우 현 위원장, 고창건 사무총장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절차는 향후 공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당초 이날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건 쟁점이 많아 공판준비기일로 변경됐다. 변호인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서도 양측이 의견을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 필요성에 대해서 "이번 사건은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만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냉전 시기 공산권 국가를 모두 반국가단체로 지정하면서 20억 명의 세계 인구가 반국가단체 소속이 돼버렸다. 지금까지 유지됐다면 대한민국이 어떤 대접을 받겠는가. 가령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전쟁무기를 지원한다면 반국가단체에 무기를 제공하는 꼴이 돼버린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제주에서는 역사적으로 간첩 조작사건이 많았다. 아픈 역사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져도 많은 사람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고인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했는지 국민의 일반 상식선에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경우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배심원에 노출된다. 안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공범 수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특히 공소장 120쪽에 증거기록이 1만쪽에 달한다. 장시간 재판이 불가피하다. 배심원들이 직장 출근 문제 등으로 일부 출석하지 않거나 사임할 경우 공판에 차질이 생긴다. 더욱이 암 투병 중인 강은주 피고인이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한다면 공판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통해 쟁점 등을 정리한 뒤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오는 5월 15일 열리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 등에 대한 의견 진술이 이뤄진다.
변호인 "'뭐 하나 걸려라'식 공소 제기"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공작원 3명을 만나 이적단체 설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한 혐의다. 당시 강 전 위원장은 공작원으로부터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장비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후 강 전 위원장은 박현우 도당위원장과 고창건 사무총장과 공모해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을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전달받았으며 노동과 농민, 여성 등 부문 조직 결성이 이뤄졌다고 검찰 공소사실에 적혀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수시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들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 방식'으로 지령과 보고서를 주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은 지령에 따라 진보당 도당 당원 현황을 보고하거나 '전국민중대회'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선동했다. 또 북한 대남공작전략에 이익이 되는 민주노총 투쟁 일정, 이적단체 후원회 명단, 진보단체 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들 이적단체가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정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포섭해 그 영향력을 활용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진보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당과 노동, 농민단체에 진출해 해당 단체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하려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반면 이날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검찰이 일부러 방대한 수사기록을 만들어서 피고인 방어권에 지장을 주고 있다. 가령 공소장에 북한이 반국가단체인 이유를 5장에 걸쳐 설명한다. 공소장 분량을 늘려서 '뭐 하나 걸려라'식의 공소 제기는 대단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소장에는 피고인 강은주가 작성 사실을 부인하는 보고문과 지령을 곳곳에 인용하고 첨부하고 있다. 예단할 수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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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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