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 날아든 건 드론 아닌 까마귀?…일주일째 오리무중
최근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제주국제공항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들어 공항 활주로가 일시 폐쇄된 사건 (2023년 4월 18일 KBS 보도 ‘드론에 또 뚫린 제주공항, 20%는 무방비?’)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비행물체 정체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이달 제주공항에 드론 추정 물체가 포착되면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2시 20분쯤, 제주국제공항 서쪽 활주로 인근에서 드론 추정 물체가 드론탐지시스템에 포착돼, 항공기 이·착륙이 16분간 중단됐습니다.
이 정체 모를 비행 물체는 당시 제주공항 서쪽에 있는 제2 검문소 상공에서 처음 포착됐습니다. 이후 4분가량 제주공항 상공을 나는 모습이 확인되다가,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방향으로 나간 뒤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제주공항에서 2021년 11월부터 시험 운영 중인 드론탐지시스템은 비행장치의 크기로 감지하는 '레이더'와 전파를 통해 감지하는 'RF스캐너'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해, 공항 주변에 날아드는 드론을 탐지하고 항적을 기록합니다.
제주공항 드론탐지시스템은 공항 반경 3km 이내에 들어온 비행체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조류와 드론을 일부 식별할 수 있지만, 아직 안정화 단계는 아니라는 게 공항공사 측 설명입니다.
■ 수사 의뢰한 공항공사 "재발 방지 위해선, 명확한 사실 규명 필요"
한국공항공사 공항운영센터는 지난 17일, 드론탐지시스템으로 드론 추정 물체를 포착하자마자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공항 일대 CCTV를 확보, 분석하며 비행 물체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와 제주지방항공청 ,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도 당시 맨눈으로 직접 해당 물체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날 항공기 운항이 15분 이상 중단된 데다가 앞으로도 비행금지구역 위반과 관련한 유사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명확히 사건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112신고와는 별도로)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제주공항 관제를 담당하는 제주지방항공청은 드론 추정 물체 규명과 소유주를 찾아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거나, 별도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CCTV 속엔 까마귀 떼만…"항적만으로는 '새'인지 '드론'인지 식별 불가능"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112신고 접수 이후 매일 공항 일대 CCTV를 분석하며 문제의 '드론 추정 물체'를 추적하는 한편,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과 제주지방항공청을 상대로 자료를 제출받아 현장 조사를 이어왔습니다. 국가중요시설임을 감안해 입건 전, 적극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단계에서도 해당 비행 물체와 관련한 실마리를 풀 만한 단서는 파악되지 않아, 수사관들의 고심도 깊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비행 물체가 움직이는 예상 이동로를 중심으로, 주변 CCTV를 계속 보며 분석하고 있다. 이 일대는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사진도 찍고 가는 곳"이라면서 "현재까지는 (CCTV에서) 까마귀 떼가 보일 뿐,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 물체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론탐지시스템이 아직 불안정한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비행 물체가 드론이 아닌 '새'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에도 100건 이상 감지하는 드론탐지시스템에 찍힌 비행 물체의 항적만으로는, 이것이 드론인지 새인지 구별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현장 조사를 해 보니, 주변에 까치나 까마귀도 많이 날아들고 있다. (조류를 드론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 드론 무단 비행으로 비행장 운영에 지장…500만 원 이하 벌금형
한편 이번 사안이 한 달 전,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추락 사건보다 더욱 중대한 이유는 실제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비행장 운영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으므로 실제 이 비행물체가 '미승인 드론'일 경우, 해당 사건은 단순 과태료 처분이 아닌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항 관제권 내에서 승인받지 않은 채로 초경량비행장치를 비행했다가 항공기 이·착륙을 지연시키거나 회항하게 하는 등 비행장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면, 항공안전법 제161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경찰은 비행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비행금지구역인 제주공항 인근에서 무게 500g대 드론을 띄웠다가 국내선 청사 위로 추락시킨 60대 남성 관광객 (2023년 4월 4일 KBS 보도 제주공항 ‘정체불명 드론’ 띄운 사람 찾았다…“금지구역인 줄 몰라서”)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제주지방항공청에 통보했습니다.
그간 항공보안법 관련 법리를 검토해온 경찰은 "해당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가 회항하거나 지연되는 등 공항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제항청의 회신에 따라, 해당 남성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 "드론 추정 물체 출현 시 대응 매뉴얼, 현재 마련 중"
이처럼 국가 주요 시설물 등 비행금지구역을 서슴없이 날아드는 드론 문제가 잇따르면서, 공항 등 관련 시설마다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도 드론과 같은 비행 물체가 공항에 출현했을 때를 대비한 기관별 대응 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공항 상공에 드론 등이 탐지됐을 때 각 기관의 역할, 보고 체계와 대응 등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관계 기관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험 운영 중인 드론탐지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때 맞춰서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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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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