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일지 위조 수당 몰래 챙겨' 언론 보도 진실은

김예리 기자 2023. 4. 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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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대가인데 '허위'라니…조선 '단독' 보도에 반박
"주 52시간 방치·위탁비 중간착취하는 사측이 범인"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조선일보의 “[단독] 대체 근무 일지 위조해 몰래 수당 챙겨온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들” 보도에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동료 직원 명의를 빌려 근무를 보고하는 실태의 본질이 주 52시간 위반임을 알면서도 사안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9일 '단독' 문패를 단 보도를 통해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들이 근무 상황일지를 위조해 9개월간 수백만 원의 수당을 몰래 챙겨왔다고 보도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고 허위로 꾸며 수당을 가로챘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다.

조선일보는 “모든 직원이 주 52시간 근무를 채워 추가 근무 인원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근태 시스템 조작에 나섰다”고 했다. 행간을 보면 이들이 주 52시간을 넘어선 추가 노동을 하면서 다른 직원 명의를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사는 “일지를 위조”해 “근태시스템 조장”에 나서 “불법 금전 거래”를 했다며 수당에 근거가 없다고 강조하는 표현을 썼다.

▲19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공공운수노조는 이 보도에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주 52시간 위반과 관련된 문제임을 알면서도 왜곡, 편파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근무 일지를 전산입력 방식으로 바꾼 뒤 52시간이 넘게 일하면 실제 근무했더라도 입력이 불가능하게 시스템을 조작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 역사의 역무 업무를 원청 코레일로부터 위탁 수행하는 용역형 자회사다. 이들은 코레일 원청 정규직 역무원과 같은 일을 한다. 일례로 1호선 외대앞역은 코레일 소속 정규직이 역무원이지만, 옆 역인 신이문역엔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노동자가 역무원들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코레일네트웍스가 맡는 역사에 주 52시간을 위반하는 불법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코레일네트웍스가 365일 24시간 상주하는 역사에 3조2교대제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이 평균 한 주에 45시간(9시간×5일) 일하는 상황에 동료의 결원으로 52시간 넘게 일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본래 이들이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일상적으로 해왔지만, 2021년 코레일네트웍스가 52시간 초과근무를 입력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달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로고

김명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부장은 “코레일네트웍스 측은 2인 업무에 맞춰서 인력을 배치했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휴가를 안 쓰고, 아프지 않으면서 근무표를 그대로 수행할 때의 얘기”라며 “휴가를 쓰면 근무조 내부나 주변 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휴가와 비번에 가서 메워야 하고 52시간 이상이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코레일네트웍스 인력 부족과 비정규직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코레일네트웍스 인력감축안을 비판하면서 주 52시간 준수가 어려운 상황을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코레일 원청 정규직이 일하는 역은 8명,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가 일하는 역은 6명이 일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코레일네트웍스가 원청 코레일이 인건비로 넘겨준 위탁비 일부를 착복해온 중간착취 문제도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원청 코레일이 자회사 역무원 인건비로 산정해 위탁비를 넘겼지만, 코레일네트웍스는 매달 1인당 50만~200만 원을 빼고 지급해왔다. 실제 위탁비는 △역무원 226만 원 △당무역장 333만 원 △역장 334만 원가량이지만, 실제 지급한 기본급은 직무수당을 포함해 181만여원에 그친다.

김명진 공공사업부장은 “조선일보 보도는 이들이 왜 다른 이름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이 52시간제를 넘어가는지를 알아봐야 하는데, 노동자 의견을 듣거나 기계적 중립을 취할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점이 특히 문제”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측과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근로기준법을 상습 위반하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았음에도 안전인력 충원은 단 한 명도 하지 않은 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왜곡편파 보도에 강경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네트웍스 기획조정처 담당자는 미디어오늘에 다른 역사에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현재 다른 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52시간 초과 문제는) 그룹장을 포함한 중간관리자가 직접 관여돼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52시간 넘겨 근무하는 사람이 지금도 발생하는 역을 알고 있으며, 비일비재하지만 쉬쉬할 뿐이다. 1인 근무하는 역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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