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매물 폭탄’에 8개 종목 하한가…‘빚투’의 역습 시작됐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대량 매도가 나오면서 다수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대출을 내 투자한 ‘빚투’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이라서 등 과도한 차입투자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하락에 공매도 청산 물량이 대거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2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하림지주, 선광,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은 하한가(-30%)로 장을 마쳤다. CJ도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8.15% 급락해 하한가에 근접했으나 낙폭을 줄여 12.70% 내린 9만4900원에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업종·테마상 공통점이 없지만 이날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나오며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SG증권은 이날 다올투자증권(61만6762주), 삼천리(1만3691주), 대성홀딩스(1만1909주), 서울가스(7639주), 세방(12만1925주), 하림지주(191만2287주), 선광(4298주), 다우데이타(33만8115주) 등도 대량 매도했다. CJ도 19만7806주 순매도했다.
이들 종목은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과도한 차입 투자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일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원인”이라며 “작년 6월 신용 거래 부담에 따른 수급 변동성을 겪어 가격 조정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신용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급 후폭풍이 경계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 전체의 최근 5일(이달 17∼21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51%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다올투자증권의 5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4.27%에 달했다. 세방(12.29%)과 삼천리(10.77%), 대성홀딩스(6.67%), 서울가스(7.26%) 등도 평균을 웃돌았다. 신용융자 잔고율은 총발행 주식 수 대비 신용으로 매수된 물량의 비중으로 계산한다.
이들 종목의 5일 평균 신용융자 공여율(총거래량 대비 신용 거래 물량의 비중)도 19∼42% 수준으로 역시 코스피 전체 평균(10.26%)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 종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 코스닥 종목 전체의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2.62%, 신용융자 공여율은 11.08%인 반면 하림지주의 5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과 공여율은 각각 7.32%, 27.68%로 나타났다. 선광(12.34%·13.82%), 다우데이터(11.04%·26.51%) 등도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000억원(지난 21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0조1000억원(지난 19일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또 시장에서는 특정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차액결제거래(CFD) 매물이 쏟아졌다는 추측 등이 나돌기도 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 거래 청산을 비롯해 여러 원인 추정이 있으나 신용잔고율이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구간에서 레버리지 관련 물량의 청산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G증권이 향후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이들 종목에 대한 SG증권의 매도가 공매도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한국 주식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매매가 정상적인지를 따지려면 조사가 필요하므로 지금은 예단해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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