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칼럼] 법관의 양심과 자의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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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관의 양심을 떠올린 것은 어느 판결 때문이다.
범인(凡人)과 다를 바 없는 법관에게 부여된 과도한 재량은 판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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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양심을 떠올린 것은 어느 판결 때문이다.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는 판결이다. 운동선수 출신인 30대 피고인은 50대 피해자를 무려 160회나 구타했다. 검찰의 구형량은 15년이었다. "잔혹한 범죄로 범의가 살인에 가깝다"는 검찰의 논고처럼 사실상 살인이었다. 상해치사라 해도 최저형이 3년 이상의 징역인데 구형량의 10분의 1로 반이나 작량감경해 줬다. 비상식적 판결의 한 예에 불과하다.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람에게 법원이 선고한 형량도 고작 징역 1년6개월이었다.
사법 불신은 작은 판결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에게 90도로 절을 하는 굴종적인 사법수장의 모습만이 불신을 키우는 게 아니다. 특권은 국회의원보다 법관의 그것이 가장 크다. 같은 인간을 구속하고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것만큼 강력한 권한은 없다. 그래서 법은 매우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용해야 하고, 법관의 주관적·자의적 판단은 극도로 억제돼야 한다.
법관의 재량권을 보장하는 '양심' 규정은 우리와 일본 헌법에만 있다. 우리가 일본에서 차용한 것이다. 독일 헌법도 삭제했다. 과연 법관의 양심은 어느 수준일까. 만사를 꿰뚫는 신의 통찰력 정도는 아닐지라도 보통을 뛰어넘는 고도의 도덕성을 가지고 있을까. 단 몇 년 동안 법률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한 법관들에게서 고매한 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회 경험이나 정신적 수양도 부족하다.
범인(凡人)과 다를 바 없는 법관에게 부여된 과도한 재량은 판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구속, 불구속 결정도 법관 1인의 몇 시간 고심의 결론이다. 판사가 정상참작 이유로 드는 것이 흔히 반성과 합의다. 진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반성하거나 안 하거나 저지른 죄는 변하지 않는다. 거액의 합의금을 쓴 피고인에게 선고되는 가벼운 형량은 불공정하다. 그야말로 유전무죄다.
판결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동일체로 움직이는 법조 카르텔이다. 언젠가 변호사가 될 판사와 검사가 전관예우를 완전히 배척할 수 없을 것이다. 판검사와 변호사를 따로 뽑는 직역 분리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현 제도상으로는 불가능하다. 판검사가 쉽게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대법관을 1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과 함께 평생 판사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변호사를 누구로 쓰느냐,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고무줄 판결, 솜방망이 판결이 난무한다. 비상식적, 불공정한 판결은 사법 불신의 근원이다. 사법의 정치화도 불가측성을 키운다. 이념의 편차에 따라서 같은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것보다 더한 불공정은 없다. 법원 내 이념 서클들은 법관의 가치중립을 해치는 주범이다. 자의적 인간보다 기계적 AI의 판단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언젠가 개헌이 된다면 헌법에서 '법관의 양심'만큼은 삭제해야 한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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