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바람 피우면 모든 재산 포기”…혼전계약서, 효력은?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4월24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이지훈 변호사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424&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회사 일을 핑계로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부모 공양을 깍듯이 한다."
[앵커]
서로의 요구 사항이 담긴, 이른바 '혼전계약서'입니다. 최근 들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는 결혼 전 계약서. 과연 법적 효력이 있는 건지,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이지훈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저렇게 계약서까지 써 가면서 결혼할 바에는 그냥 혼자 사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답변]
그런데 요즘에는 비혼주의가 많이 성행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결혼을 신중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방법으로 혼전계약서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믿음과 사랑으로 결혼을 하는 사이인데 계약서에 어떤 거 쓰는 거예요?
[답변]
이제 혼전계약서에 주로 들어가는 내용은 재산에 대한 거예요, 핵심적인 거는.
[앵커]
재산에 관련된 거. 금전적인 거.
[답변]
그렇죠. 금전적인 것들을 주로 씁니다.
[앵커]
보통 외국에서는 혼전계약서라고 하면 그 안에 있는 내용이 다 법적으로 인정을 받잖아요. 우리도 그래요?
[답변]
그렇죠. 우리가 알고 있는 혼전계약서는 외국에, 혼전계약서는 사실은 이혼 시를 대비한 거예요. 이혼할 때 우리가 이렇게 재산분할을 하겠다.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혼전계약서는 원래 명칭은 민법상 부부재산약정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앵커]
법률상의 명칭이 따로 있다, 민법상 부부재산약정서. 그럼 여기서 재산이라고 하는 거는 결혼한 이후에 형성된 재산과 관련한 약정만 해당하나요? 아니면 결혼 전에 각자 갖고 있는 재산 여기까지 포함하는 거예요?
[답변]
여기서 재산이라고 하면 혼인하기 전에 내가 만들어 놓은 재산 또는 같이 공동 혼인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이 모두 포함이 됩니다.
[앵커]
그 재산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쓴다는 건지 제가 개념이 와닿지가 않는데 예시를 들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답변]
한번 예를 들면 우리가 보통 이렇게 많이 써요. 결혼 전에 부모님이 사준 집은 결혼 후 공동명의로 하지 않는다. 이거는 결혼 전에 이미 내가 이룩한 재산이잖아요.
[앵커]
특유재산이라고 하는 거.
[답변]
그렇죠. 우리가 특유재산이라고 하는데 저렇게 쓰면 문제가 뭐냐면 사준 집이 뭔지가 특정이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명확하게 주소를 적어줘야 되고요. 단순히 공동명의로 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 소유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소유관계를 명확하게 기재해 줘야 되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결혼 전 모은 비상금은 결혼 후 절반으로 나눠 가진다. 이 경우에는 비상금이 얼마인지가 특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고요.
[앵커]
그럼 어떻게 써야 돼요?
[답변]
이거를 구체적으로 써야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요. 부부재산 중 다음에 기록한 것은 각자의 재산으로 한다라고 하고 남편의 재산은 무엇인지, 주소 그다음에 차량번호까지 정확히 적고요. 아내의 재산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해서 적어줘야지 효력이 발생합니다.
[앵커]
재산의 출처, 소재, 규모, 소유관계까지 명확하게 특정해서 써야 된다는 얘기네요.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그럼 결혼 전에 이렇게 재산에 대해서 니 거, 내 거 다 구분을 해놨으면 나중에 혹시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분할로 문제가 되진 않겠네요.
[답변]
그런데 이게 문제가 뭐냐면 우리나라 부부재산약정이라는 건 혼인 생활 중에 재산만을 규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혼 시에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규정할 수 없는 게 민법상 규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우리가 그렇게 합의를 해놨지만 이혼할 때는 다시 재산분할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결국 재산 문제가 항상 갈등의 소지가 되는 거는 이혼했을 때 그때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 법으로 규율할 수가 없다면 굳이 혼전계약서 왜 쓰나. 의미가 떨어질 거 같은데요.
[답변]
그런 의문점을 많이 제기하시는데요. 이게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부분은 강제력이 없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혼인 생활 중에 합의 사항, 재산분할에 대해서, 재산에 대해서 이렇게 나누고 누가 관리하는지를 정해놨다는 거는 나중에 이혼을 할 때 참작 사유가 되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좋습니다.
[앵커]
나중에 이혼할 때 나에게 조금 더 유리한 어떤 정상 참작의 근거로 활용을 할 수 있다는 그 의미인 거죠?
[답변]
그렇죠. 당시에 합의점을 내가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부부재산약정만으로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쓰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앵커]
재산 외에 다른 것도 이렇게 계약서에 담을 수가 있나요?
[답변]
보통 앵커님도 결혼생활하고 계시잖아요. 그럼 거기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잖아요, 공동생활상에. 그런 것들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데 우리가 미리 혼전계약서라는 양식으로 적어놓을 수가 있어요. 그렇게 많이 하기도 하고요.
[앵커]
예를 들면 시댁에 주 1회씩 방문한다. 이걸 안 지키면 어떻게, 어떻게 한다 이런 식의 내용도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답변]
사실 우리가 말하는 부부재산 약정 사항은 아니에요.
[앵커]
그렇죠. 돈하고는 상관없는 거잖아요.
[답변]
재산에 대한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이거는 공동생활상에 규칙이에요. 이걸 합의해 놓은 거잖아요. 합의를 했는데 지키지 않아. 그랬을 때 내가 이걸 근거로 해서 우리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났다. 그래서 이혼 사유가 되는 근거 조항이 될 수 있는 거죠, 당사자 간에.
[앵커]
실제 사례가 있습니까?
[답변]
재밌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2015년에 결혼 전에 남편이 약간 마약 전과가 있었어요. 결혼할 때 고민이 되잖아요, 그 점이. 그래서 혼전계약서라는 양식으로 마약에 손대지 않는다. 그런 식의 재산이 아니지만 그런 내용을 적어놓은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결국은 혼전계약서를 잘 지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내분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 청구를 했단 말이죠. 남편과 시어머니가 혼전계약서에 공동생활상에 규칙이죠. 그것들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났다. 그러니까 위자료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때 법원에서 혼전계약서 상에 의무를 인정한 거예요. 그래서 그걸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귀책 사유가 있다. 그래서 각각 위자료 4,000만 원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앵커]
혼전계약서가 결국에는 다 법률로 결국은 규정이 되니까 이거를 쓰는 게 의미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쓰면 훨씬 낫다? 그래서 쓰는 걸 추천을 해 주시나요, 보통?
[답변]
저는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드립니다. 왜냐면 결혼할 두 사람이 서로의 재산 상황이나 앞으로 혼인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들을 정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장치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쓸 것을, 이걸 쓰는 과정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강력하게 쓸 것을 권유 드립니다.
[앵커]
혼전계약서니까 이거는 무조건 결혼 전에 써야 효력을 갖는 건가요?
[답변]
예, 맞습니다. 혼전계약서는 혼인신고하기 전에 작성해야지 등기할 수가 있어요.
[앵커]
등기?
[답변]
예. 이거는 등기를 하면 제3자한테 효력이 생기는 거예요.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보통 대항력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반드시 혼인신고 전에 작성해서 등기까지 할 수 있고요.
[앵커]
공증만으로는 안 된다는 건가요?
[답변]
공증보다 등기가 훨씬 강하고요. 공증은 두 사람만 구속을 하지만 등기를 하면 제3자까지 구속을 하기 때문에 등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그러면 결혼 생활하던 중에 혼전계약서의 내용을 바꾸거나 혹은 업데이트하거나 이것도 가능해요?
[답변]
변경하려면 이게 등기를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가정법원에서 변경 신청을 해야지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네요, 그거는.
[답변]
그렇죠. 굉장히 강력하게 보호되는 합의사항인 거죠.
[앵커]
네, 알겠습니다. 결혼도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이지훈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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