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하나로마트 독식 막아야" 제주도 "주민 편의성 떨어져" [이슈&워치]
하나로마트 등 내달부터 사용 제한
대형마트 부족한 농어촌서 반발 커
제주도, 자체 할인정책 유지하기로
소공연 "지역 활성화 취지 살려야"
행안부 "일부 마트 쏠림 완화 기대
로컬푸드 등 비영리 매장은 예외"
5월부터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인 매장에서만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인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당초 정책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과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농어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매출액 기준으로만 가맹점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으로 2018년 처음 시작됐다. 이후 지자체 자율로 구매 할인 또는 포인트(최대 10%) 적립 등 혜택이 알려지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발행 규모도 2018년 4000억 원에서 2022년 27조 2000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현재 지류·모바일·카드 등 세 가지로 발행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하나로마트’의 가맹점 등록 여부다.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라는 가맹점 규정에 따라 하나로마트에서는 5월부터 지역화폐 사용이 금지된다. 문제는 도시와 농촌 간 하나로마트의 ‘존재감’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있어 하나로마트를 대체할 상점들이 많아 대체로 찬성하고 있지만 농·축협의 영향력이 크고 하나로마트 외에는 이렇다 할 마트가 없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일부 마트와 지자체가 정부의 사용처 개선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소공연이 성명에서 구체적인 업체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하나로마트와 제주도를 거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옥천군과 고창군 등도 “행정안전부 지침 개정이 지역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며 개정 건의안을 제출하는 등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일단은 행안부 지침에 따르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용자 편의 보장을 위해 당분간 행안부 개정안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자체적인 할인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은 우리 기준을 유지하고 향후 추경 예산 확보로 할인 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10월께 다시 행안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다른 지자체들이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30억 원 이상 제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자의 85% 정도가 10억 원 이하의 중소상공인 가맹점에서 결제하고 있는데 갑자기 30억 원 이상 업체를 제외하라고 해 난처한 입장”이라며 “할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용처를 제한하면 사용할 수 있는 먼 곳까지 가야 하는 수고는 물론 지역화폐 확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반면 소공연은 지역화폐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공연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단일 매장의 연 매출이 500억 원이 넘는 하나로마트 등이 지역화폐 매출을 독식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안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 2월 발표한 개정안은 최근 복합 위기에 따른 극심한 매출 저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반등을 기대하게 되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 역시 소공연과 같은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영세·중소상공인의 소득이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용처를 정책 취지에 맞게 운영해 소상공인 지원 효과를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소수 가맹점에 대한 상품권 사용 쏠림 현상을 완화해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 매출액 30억 원 초과 가맹점은 현재 전국 가맹점 287만 개 중 5% 미만이고 하나로마트는 총 2171개소로 전체의 0.08%에 불과하다”며 “농민수당 등 정책 발행 상품권은 사용처 제한 없이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고 로컬푸드직매장 등 비영리·공익적 성격의 사업장도 예외를 인정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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