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간암, 수술 기법ㆍ항암제 발달로 5년 생존율 40%대로 높아져
간암은 10만 명당 31.4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히 발생하고 사망률도 2위로 높은 ‘독한’ 암이다. 간암 발생 주범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인데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감염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다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게 문제다.
'간암 수술 전문가'인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간암은 생존율이 낮은 고약한 암이지만 최근 수술 기법과 항암제 발달로 생존율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5년 생존율이 9%대였지만 최근 40%대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간암도 다른 암처럼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데.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어서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병에 걸려도 증상이 없는데, 이는 간이 30% 정도만 기능해도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기 건강검진 등으로 간암을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완치율이 90% 정도로 치료 성적이 아주 좋다. 암이 전이되지 않은 데다 간 기능이 좋아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종양표지자혈액검사(알파태아단백검사)와 간 초음파검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받는 게 필요하다. 또한 간 기저질환이 있다면 이보다 자주 검사하는 게 좋다.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암 환자도 꽤 있어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간경변 환자라면 2~3개월에 한 번씩 검사받기를 권한다.”
-간암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간암으로 진단되면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 크게 수술(간 절제술)과 고주파 열 치료나 간동맥화학색전술 같은 비수술 치료로 나뉜다. 진단을 통해 암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암 덩어리 크기와 위치, 간 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에게 걸맞은 최적의 치료법을 택한다. 수술은 외과 의사가, 비수술 요법은 내과 의사가 진행한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인 고주파 열 치료는 초기 암을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암 위치가 혈관과 붙어 있을 때에는 권하지 않는다. 혈관에 열을 빼앗겨 암 조직을 괴사시킬 만큼 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수술 대상이 아닌 진행 암 환자에게 시행한다. 완치가 아니라 암이 증식하는 데 필요한 산소·영양을 차단하고, 암을 괴사시키는 게 목적이다. 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막는 물질로 혈류를 차단한다. 암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고, 정상 간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재발이 잦은 게 문제다. 따라서 시술 후 반드시 추적 검사를 통해 재발할 때마다 재수술을 한다.
수술은 종양이 간 내에만 국한되거나 간 주변까지만 침범했을 때 고려할 수 있다. 환자 건강과 간 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간 절제술은 간암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간 기능이 좋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 예컨대 초기 간암이라고 해도 간경화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간 이식만이 대안이다.”
-간 이식은 어떻게 이뤄지나.
“간 이식은 초기 진행성 간암은 물론 간경화가 심해 더 이상 내과적 치료가 어려울 때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특히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 기증자만 있다면 곧바로 수술할 수 있다. 다만 간암이 많이 진행됐다면 생체 간 이식 수술을 하지 못할 수 있기에 초기에 간암을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간암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진행된다. 배에 손마디 하나 크기(5~12㎜)의 구멍을 5개 정도 낸 뒤 광원ㆍ카메라ㆍ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종양을 포함해 간을 절제한다. 복강경 간 절제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개복 수술과 비슷하면서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적고 회복은 빠르다. 복강경 수술을 받으면 1~2일 지나면 걸어 다니고 식사할 정도다.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는 3~5일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입원 기간도 길다. 게다가 흉터가 30㎝ 정도로 크게 남고 회복 과정에서 덧나기도 한다.”
-간암 수술을 받은 뒤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평소 일상적인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수술 후유증으로 조금 피곤함을 느끼는 환자도 있으므로 되도록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 하지만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은 괜찮다. 식사도 고루 잘 먹으면 된다. 수술로 체력이 떨어졌다고 보양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지방간이 생길 수 있기에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고지방식이나 고탄수화물 식사는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밖에 민간요법을 시행하다가 간 기능을 해치는 환자도 꽤 있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약초나 허브를 먹어 간에 무리를 주면 안 된다. 술도 약간이라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간이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간이식은 다른 장기 이식보다 거부 반응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여자가 충분히 건강하고 간 크기가 적당하다면 큰 문제없이 이식할 수 있다. 수혜자에게 이식되는 간은 수혜자 체중의 0.8% 이상을 넘어야 하며, 공여자가 안전하려면 남은 간 크기가 공여하기 전 크기의 30%를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여자 오른쪽 간을 기증하는 수술이 대부분이므로 공여자 오른쪽 간이 수혜자 체중의 0.8%를 넘고 왼쪽 간이 전체 간 크기의 30%를 넘으면 수술이 가능하다.
10년 전만 해도 간이식은 수혈 가능 관계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의학 기술 발달로 생체 간이식은 수혈이 불가능한 관계에서도 가능해졌다. 이때 별도 약물 투여와 혈장 교환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간이식 후 성적은 수혈 가능 관계와 큰 차이가 없다.”
-간이식 후 공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없나.
“일반적으로 공여자 간 기능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빠르게 회복되므로 공여 후 1~2개월 정도 지나면 직장 및 취미생활 등 공여 전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간 기능 및 체력적 회복이 충분히 될 때까지 음주·흡연·불필요한 약 등 간에 부담줄 수 있는 물질은 조심해야 한다.
물론 간 공여자는 간절제술을 받으므로 수술 후 출혈ㆍ담즙 유출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간이식 수술은 간문맥과 담도를 되도록 길게 적출하다 보니 공여자의 남은 문맥이나 담도가 좁아지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하는데, 대부분 비수술적 시술로 해결되지만 가끔 재수술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공여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지만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은 전 세계적으로 0.1%이며, 세계 최고의 간이식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이식을 앞둔 공여자와 가족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선뜻 간을 공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공여를 주저하는 가족을 보게 되는데 그들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간이식은 수술하기 전 충분히 검사해 최우선적으로 공여자 안전에 문제없도록 결정하므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수혜자에게 간 이식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 정도로 극적인 회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기적과도 같다. 이는 환자 치료 의지와 외과 의사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적을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공여자의 결심이다. 병적 상태로 인해 수술 후 회복은 환자가 더 오래 걸리겠지만, 공여자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주변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들은 환자 못지않게 공여자에게도 지속적인 감사와 애정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술 취한 아내 부축했다가... "때려 숨졌다"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
- '김연아 남편' 고우림 "신혼집 대부분은 아내 공간" 고백
- 역린 건드린 K드라마·예능, 떨어진 수출... 미운털 박힌 이유
- 강남 "이상화, 결혼 후 3년 동안 매일 울었다" ('걸환장')
- 70cm 봉 몸에 넣고 발로 차 장기 파열... 잔혹 살해의 대가 '징역 25년'
- 라리가 홀린 70m 폭풍 드리블...첫 멀티골 "위대한 주인공"
- '18세 연하' 심형탁 아내 사야 "소통 안 되지만 좋아"
- 신평 "윤석열은 한국 정치지도자 요건 완벽히 갖춰… 야권에선 조국"
-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 '갈림길'... 세 살 때부터 싹트는 학력 격차의 씨앗
- "위험하니 오르지 말라" 경고 안 통하자 절벽 부서뜨린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