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이 이사장인 청년재단, 정부 사업 수탁···‘불공정 소지’ 논란
17억원규모 청년지원센터 사업 따내
현직 정치인 불공정·특혜 시비 불러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이사장인 청년재단이 최근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약 17억원짜리 위탁사업을 따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집권여당 지도부에 속한 정치인이 대표인 기관이 민간업체들을 제치고 정부 사업을 수탁한 것으로 불공정 경쟁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사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여권 인사 등이 참여했다. 장 최고위원은 청년재단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위탁 기관으로 선정됐을 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청년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중앙청년지원센터 구축 및 운영 위탁사업’ 입찰을 실시했다. 청년재단을 포함한 3개 기관이 입찰에 참여해 청년재단이 수탁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17일 계약을 체결했다. 청년재단은 입찰가격평가(20점)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16억8683만원)을 써내 꼴찌였지만, 사업계획의 충실성·적절성 등 정성평가 위주인 기술능력평가(80점)에서 다른 기관들과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사업은 지역 청년센터 운영 지원, 오프라인 청년 통합지원체계 및 청년정책 통합정보시스템 운영 방향 연구 등이 내용으로,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사업 예산 가운데 6억원은 시·도 청년센터가 추진하는 지역 특화 청년사업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청년재단이 4개 권역 청년센터(각 1억5000만원 지원) 선정 작업을 도맡는다. 수탁한 정부 사업을 통해 청년재단이 얻는 수익은 약 5000만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후인 지난해 7월 장 최고위원이 청년재단 6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청년재단이 정부 신규 사업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청년재단이 정부 사업을 수탁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 등과 관련한 청년재단의 전문성이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한 이유로 추정된다.
여당 지도부 인사가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오면서 논란 소지가 생겼다. 현직 정치인이 청년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은 장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청년재단이 민간업체들과 경쟁해 정부 사업을 따낸 것이 불공정·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재단이 청년사업비를 지원할 4개 권역 청년센터를 선정하는 것도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여당 최고위원직을 겸하고 있는 사람이 공익법인 임원인 경우 정부 입찰과 공익법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관련 법령에 따라 청년재단에 권고나 개선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주관한 심사의 위원으로는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이 참여했다. 외부위원 중에는 지난 대선 때 원희룡·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백모씨도 있다. 백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적이 있고, 2019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청년 영입 1호로 소개됐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준정부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 비상임이사를 지내면서 ‘낙하산’ 비판을 받았다. 내부위원으로는 청년정책조정실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백씨는 통화에서 “그동안 고용노동부 등이 주관하는 심사에 계속 참여해왔다”며 “(국무조정실) 요청이 와서 심사를 했을 뿐 어떻게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청년재단이 특히 외부위원들한테서 점수가 높았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 재단의 재원, 다양한 사업 수행 경험 등에서 월등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부위원 선정 기준은 따로 없다.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아 위촉한다”며 “정치적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성을 확인한 분들 위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역 정치인이 공익법인 대표를 맡는 것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재단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청년재단이 정부 위탁사업을 못할 건 아니다”면서도 “공익법인 대표가 특정 정당 소속으로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장 최고위원이 청년재단을 본인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며 “장 최고위원의 정치인으로서의 발언이 청년재단과 분리되지 않는다. 정치를 할 거면 청년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앞선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청년재단 이사장을 계속 맡을지 말지는 본인(장 최고위원) 판단 영역”이라며 “저희도 청년재단 측과 얘기는 하는데, 제도적으로 이사장의 정치적 활동을 금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청년재단이 한 번도 안해본 분야에서 관련 경험이 있는 곳과 (입찰이) 붙었는데 저희가 이겼다면 ‘장예찬이 있어서 봐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중앙청년지원센터 사업은 국내에서 청년재단만 관련 사업을 유일하게 해왔다. 너무 당연히 저희가 따올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른 신규 수탁 사업 입찰에는 올해 추가로 참여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4개 권역 청년센터 선정과 관련해 “오해받기 싫어서 지금까지 청년재단이 심사하는 사업에 단 한 번도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주로)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해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청년재단이 그간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박근혜 정부 때 조성됐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그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실권이 있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청년재단 홍보나 대외적 위상 등 측면에서 순기능이 더 많다”며 이사장직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확정하면 이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청년재단은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하면서 그 관리·운영을 맡을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탄생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2000만원을 기부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0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50억원) 등이 거액을 기부해 총 1400여억원이 모였다. 당시 기부 강제동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현재도 900여억원이 남아있다.
처음 이름은 청년희망재단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재단으로 바뀌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 시 주무관청(국무조정실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무총장을 제외한 임원은 모두 비상임이다. 장 최고위원은 보수를 받지는 않지만 활동에 필요한 실비를 받는다. 장 최고위원은 청년재단 지침에 따라 주 1회 현안 보고 등을 받는 명목으로 주 최대 60만원, 평균 두 달마다 열리는 이사회 참석 시 40만원 등을 수령한다. 청년재단 측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장 최고위원에 대한 월별 지급 내역을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공익법인인 청년재단 이사장이 여당 최고위원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재단을 개인 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공사를 구분 못하는 부적절한 행태”라며 “청년재단이 정부·여당의 일자리 해결을 위한 곳이 아니라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곳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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