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폭탄, 싸울 시간 어딨나"...이재명 만나 눈물 흘린 피해자들
"전세사기라는 폭탄이 떨어졌는데 누가 던졌느니 왜 던졌느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어디있습니까. 제발 싸우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하모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고충을 들었다. 피해자들은 정치권이 전세사기를 정쟁으로 다루는 행위를 멈추고, 대책 마련을 위해 합심해달라 호소했다. 또 전세사기 유형이 다양한 점을 강조하며 보다 세밀한 대책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토대로 법안 제·개정 통한 피해구제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민주당은 가능하면 전세사기 사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상당 정도를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예산상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는데, 수조 원에 이르는 초부자 감세는 과감하게 해치우면서 국가 예산 대비 극히 소액이라 할 수 있는 피해보상에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 더 과감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피해자분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통해 정부·여당도 좀 더 개선된 대책들을 마련해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조오섭 의원이 본인이 지난달 30일 대표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해당 법안은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채권 매입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매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여당이 전날 발표한 LH 매입임대 제도와 비교해 보증금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 의원은 "재산권의 100%가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임시로 피해 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고, 캠코 등이 경매를 통해 다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해 국가 세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며 "민주당에서는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청구가 지켜지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은선 대책위 부위원장은 "경매 중지가 됐는데, 이 기간에 지금 채권이 NPL(고정이하여신)로 넘어가는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막아줬으면 한다"며 "경매 중지 이전에 매각된 세대들은 현재 제시된 법안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는데, 이 부분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저금리 대출 지원을 추진하겠다며 그 조건으로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등을 내세운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 박모씨는 "보증금이 3억원 이상이라 해도 부유한 것이 아니다"라며 "피해자 내에서 부유한 자와 빈곤한 자를 나눠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김남근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여러 피해 유형이 있어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정쟁적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국회도 정부를 견제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실사구시(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며 "피해 유형도 잘 세분해야 할 것 같고, 대책도 세분화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치권이 정치적 의제 가지고 정쟁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정책안을 가지고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며 "이런 점들을 이해해주시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있는 것이니 저희도 거기에 맞춰 함께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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