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치수’ 최부경, ‘신현철’ 오세근 넘어설까?

김종수 2023. 4. 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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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팀은 단연 고양 캐롯이다. 외부적 환경에 흔들림이 많을 듯한 상황에서도 김승기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4강이라는 성적을 만들어냈다. 비록 정규시즌 우승팀 안양 KGC에 무너지기는 했으나 양팀의 엄청난 전력차를 감안했을때 2차전 깜짝 승리를 따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만 하다.


캐롯이 화제의 팀이었다면 돌풍의 팀으로는 SK를 꼽을 수 있다. SK는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뚝 떨어진 상태다. 통합 우승을 합작했던 김선형(34‧187cm), 안영준(27‧194.1cm), 최준용(28‧200.2cm) 3총사중 김선형만 정상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주전 1명의 영향력이 큰 스포츠임을 감안했을때 2명의 공백은 판을 새로 짜야할 정도로 치명타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희철 감독은 기존 기사단이 가지고있던 무기의 상당수를 바꿔야했고 현재는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즌초만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았다. 부상으로 정상출격이 쉽지않았던 최준용이 들락날락하면서 그의 사용 여부에 대한 전희철 감독의 고민도 컷다.


하지만 최준용의 부상은 장기화되어갔고 전감독도 이내 결단을 내렸다. 불확실한 변수보다 확실한 상수를 깔고가기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 설사 최준용이 어렵사리 돌아온다해도 몸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좋은 컨디션으로 뛰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김선형이 마음껏 코트를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날개에 그린라이트를 달아주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창 때처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플레이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활동량을 과시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오히려 기존 장점에 노련미가 더해지며 더 강력해졌다는 평가까지 들었고 실제로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하는 등 결과로 증명했다.


김선형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의 MVP콤비는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완성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최원혁(30‧183cm), 최성원(27‧184cm), 오재현(23‧187cm) 등 에너지레벨 높은 가드군단이 공수에서 뒤를 받쳐줬다. 노련한 장신슈터 허일영(37‧195cm)과의 궁합도 잘맞았다.


실제로 SK는 바뀐 스타일이 제대로 팀내에 녹아드는 시점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탓다. 정규리그 6라운드 9경기에서 전승 행진을 내달렸고,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각각 3연승으로 뚫어내며 15연승 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버팔로' 최부경(33‧200cm)이다.


지금까지는 잘 견디어왔지만 압도적 1강 KGC에 맞서다보면 최준용의 공백이 실감날 수도 있다. 운동능력 좋은 장신포워드이면서도 어지간한 가드 이상의 시야와 패싱센스를 자랑하는 최준용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당시 실질적인 토종 1옵션으로 활약했다. ‘김선형의 시대를 최준용이 이어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런 최준용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없다. 김선형-워니의 원투펀치만으로 밸런스좋은 KGC를 견디어낼지는 의문이다. 만약 최준용이 버티고 있었다면 오세근(35‧199.8cm)과 문성곤(29‧195.6cm)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을 공산이 크다. 허일영은 유달리 슛감이 좋은 날이 아니면 문성곤의 수비를 뚫고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때문에 문성곤은 허일영을 막으면서도 수시로 다른 선수들을 체크하면서 도움수비를 들어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최준용이라면 도움수비를 들어가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최준용만 막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최준용은 전천후 플레이어다. 주포지션은 3번이지만 사실상 1~4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4번으로 나오게되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오세근을 괴롭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파워에서 밀리는지라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겠지만 역으로 공격시에는 오세근도 마찬가지 입장에 놓이게된다. 이른바 서로 못막는 것이다. 여기에 최부경이 수시로 로테이션을 돌아준다면 서로간 체력적인 세이브는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오세근을 힘들게 할 수 있다. SK입장에서는 그런 카드를 쓸 수 없다는 것이 뼈아프다.


때문에 외국인선수급 생산성을 자랑하는 오세근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SK 승리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 현재 오세근 스토퍼로 예상되는 선수는 최부경이다. 워니가 스펠맨과, 김선형이 변준형과 쇼다운을 벌이는 사이 최부경이 오세근을 막아줘야 한다. 오세근이 마음놓고 날뛰게 된다면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시즌 SK가 핵심 전력의 공백에도 다시금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데는 최부경의 공헌도가 컸다는 분석이다. 한때 문경은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최부경은 이후 잦은 부상으로 인해 비중이 확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한창때 모습을 되찾았고 SK 반등의 숨은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최부경은 이른바 ‘소리없이 강한’ 스타일이다. 올시즌 44경기에서 평균 6.57득점, 0.98어시스트, 4.70리바운드, 0.89스틸을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전급 빅맨으로서 성적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좋고 몸싸움, 수비 등 궂은일 위주로 플레이하는 유형인지라 팀 공헌도는 보이는 것 이상이다는 평가다.


반면 오세근은 한창때 만큼은 아니지만 52경기에서 평균 13.12득점, 2.17어시스트, 6.3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3점슛 성공률이다. 무려 40%다. 많이 쏘지는 않지만 외곽에서 찬스를 잡으면 리그 정상급 슈터 수준으로 성공시킨다. 포스트 인근은 물론 외곽에서도 무서운 전천후 빅맨이 됐다.


만화 ‘슬램덩크’로 예를 들자면 오세근은 전국 최강 산왕공고의 주전 센터 신현철이다. 단단한 파워에 더해 최고 수준의 테크닉까지 겸비했다. 최부경 또한 알아주는 빅맨이지만 오세근과는 레벨 차이가 분명있다. 때문에 최부경이 오세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북산 채치수가 그랬듯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작품 속에서 채치수는 신현철의 높은 기량 앞에 좌절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다’는 자세로 팀플레이를 통해 맞선다. 최부경은 본래부터 팀플레이에 능했는데 이번 플레이오프들어 볼없는 움직임에 확실하게 눈을 떴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빈공간을 찾아움직이며 김선형, 워니의 패스를 받아 쏠쏠한 득점을 성공시키는 모습이다.


둘에게 집중하다가 최부경에게 의외의 한방을 얻어맞기 일쑤다. 정규시즌 야투성공률 6위(55.56%)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격시도는 많지않아도 찬스에서는 확실히 메이드시킨다.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87.5%의 성공률로 16득점을 집중시키며 기선제압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최부경이 공수에서 오세근을 괴롭힐 수 있다면 SK의 승리 확률은 한층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기자,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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