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지위 잃어버린 우리...무엇을 해야 하나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4. 24. 18: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CD)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고교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들은 고교생을 상대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시음 행사를 한다고 속이고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다. 피해 학생들에게 추후 구매를 위해 부모 연락처가 필요하다고 해서 받은 뒤 가족에게 연락하여 마약 섭취를 알리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이 같은 사건처럼 자발적 복용이 아닌, 일방적인 피해를 본 사례 외에도 청소년 스스로 마약을 찾는 사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10대 마약 복용 사범의 수가 119명에서 2022년에는 454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사범이 1만3906명에서 1만7073명으로 1.2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청소년 마약 사건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마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고 근절되기 어려운 범죄 중 하나다. 이러한 연유로 각국 정부에 설치된 마약 수사기관뿐 아니라 유엔에도 전담으로 다루는 기구가 있다. 유엔은 수사에 방점을 찍기보다 마약과 약물 폐해에 따른 회복과 재활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역할을 하는 곳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e on Drugs and Crime·UNOCD)로, 특히 UNODC의 중앙아시아 사무소(UNODC Regional Office for Central Asia)는 ‘마약 예방 및 치료, 재통합 및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예방’, ‘마약 의존성 및 그 건강 결과 치료(Treating Drug Dependence and the Health Thines: Treatments: Treating Treating Treatment: Treatment NET II’ 등의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며, 마약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 및 관리 분야에서도 역량 강화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물 사용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하고, 관련 부작용의 관리 능력을 향상하도록 중점적으로 돕는다는 구상이다.

UNODC는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국제적인 마약 예방 및 방지, 회복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고, 기술을 향상해 글로벌 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물 사용 장애와 관련된 의료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줄이고, 교육을 통해 약물 사용 장애 및 치료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 중독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중독 치료뿐 아니라 가족 간 갈등의 근원을 탐지하고 그 영향을 추적하기 위한 역학도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이제는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와 처벌’이라는 일차적인 예방책에서 벗어나 국제사회가 시도하는 다양한 대응 방법을 고심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법무부 역시 지난 1월29일 청소년 마약 예방과 재범방지 강화를 위해 세가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 학생·청소년 대상 체계적 예방교육 시행과 민간 전문기관 협력 확대로 법무부는 전국 중·고교(학생)와 청소년복지시설(학교 밖 청소년)에 방문해 학교폭력과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찾아가는 법 교육 출장 강연’에 마약 예방교육을 추가하고, 교육부·여성가족부 등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예방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번째 대책은 법무부 소속 기관의 비행 단계별 마약 재범방지 체계 구축이다. 소년원 교육과정에 약물 중독 예방을 추가하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 중 마약·유해화학물질 남용자에게 특수분류 심사를 시행해 비행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중 마약류관리법 위반자의 지도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사용실태 모니터링 및 처우 반영이다. 법무부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와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등 소년 처우의 모든 단계에서 마약류 사용실태를 상시 조사하고 그 현황의 추이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지속해서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외 청소년비행예방센터(청소년꿈키움센터)의 학교·검찰·법원 대안 교육과정과 상담 조사 교육생을 대상으로 마약류 중독 예방을 운영해 초기 비행 단계 소년을 상대로 교육과 상담을 강화하고, 치료가 필요한 소년은 전문기관과 연계하고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국제적인 마약 대응 체계에 한국 정부 역시 발맞춰나 가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마약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가정의 역할과 노력이다.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클수록, 비행 및 약물 복용 등의 위험 행동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가족의 사랑과 긍정적 관심이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 사회, 가정의 포괄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한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박예은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yeeun@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