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돼지로 시위? 대구 이슬람 '돼지시위'에 '반차별' 나선다

2023. 4.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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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별" 외치는 인권단체들 … 반대주민들은 "돼지 삶겠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공사가 재개된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에서 또 다른 '돼지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국내 반차별 인권단체들이 "무슬림과 한국인 주민들의 공존"을 위한 연대투쟁에 나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장연 사무실에서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만나 "(이슬람 사원 건립은) 대구 지역만의 의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중요한 반차별 투쟁"이라며 '대구 이슬람사원의 평화적 건립과 지역사회 인권·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기부 협약식'을 진행했다.

현재 대구 북구에선 공사 인력 부족 등을 문제로 일시 중단됐던 이슬람 사원 건립 공사가 3개월 만에 재개된 상태다. 사원은 이르면 오는 6월 완공 예정이지만, 사원 건립에 반대하고 있는 주민단체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 등은 공사 재개를 명령한 지난해 9월의 대법 판결에 불복하며 공사 현장에서 돼지머리, 돼지고기 등을 활용한 '혐오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주민들은 공사가 재개된 지난 17일 현장에 업소용 냉장고를 들이며 '돼지머리'를 전시했다. 24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비대위는 살아있는 돼지를 현장 인근에 데려와 또 다른 돼지시위를 진행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삶거나 구워 시식하는 형태의 시위도 계속될 예정이며,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물 완공 이후에도 계속 반대할 것"이라 말했다.

대구시와 북구청 등 관계부처에선 '이슬람사원이 완공되고 다면 주민들의 반발이나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으로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사원 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반대주민들이 삼겹살을 구워먹는 등 시위를 벌이자 해당 행위를 제지하고자 대구시와 북구청에 개입을 요청했으나, 북구청은 "돼지머리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이번 사건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이날 모인 인권단체들은 "이슬람사원 완공 이후에도 해당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무슬림 및 지역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저절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협약식을 통해 전달되는 이 기금은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지원'뿐만 아니라 건립 이후 '대구 지역사회 내 인권 및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활동에 쓰이며, 무슬림 유학생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식에 참여한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차제연 측이)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겪고 있는 차별의 문제와 대구에서 겪고 있는 이 문제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이 자리를 제안주셨다"라며 "기본적인 연대의 고리를 넘어서 서로가 많이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도 "반차별 투쟁이, 차별의 전선이 한 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한다"라며 "앞으로도 전장연과 대구이슬람사원대책위뿐 아니라 전국 각지 반차별투쟁의 현장에 함께하며 연대의 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경북대학교 유학생 무아즈 라작 씨는 최근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전장연 측에 "우리 모두 다 인생에서 특별한 능력(장애)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국의 상황을 잘 몰라서 장애를 이유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모르지만 잘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전했다.

해당 협약식은 지난 1월 20일 시민 후원을 통해 "장애인권리예산·입법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합니다" 신문광고를 추진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신문광고 이후 남은 후원액을 전장연과의 논의 끝에 이슬람사원대책위 측에 기부한 것이다. 차제연과 전장연은 "반차별 투쟁 및 반차별 운동의 연대를 가시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날의 협약식을 기획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성별, 성정체성, 장애, 국적, 인종 등 개인의 정체성을 근거로 한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이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사회 연대체다. 이들은 지난 1월에도 대구를 방문해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갈등과 혐오차별 방임하는 북구청 규탄 집중행동'에 나선 바 있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돼지고기 시위 등은 국내에서 '혐오표현'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시위로 꼽히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발표한 위원장 명의 성명에서 해당 시위가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유엔(UN)은 지난 2019년 혐오표현에 대해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별과 같은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를 근거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말, 글, 행동 등으로 공격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이라 규정했다. 한국은 1965년 유엔(UN) 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지난 1978년 가입한 상태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세 단체가 '대구 이슬람사원의 평화적 건립과 지역사회 인권·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기부 협약식'을 진행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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