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PTPP 가입 지지 촉구… 회원국 동의 '산 넘어 산'
美 가입 원하는 日 입장선 신중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도 관건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지를 재차 밝혔다. 14억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을 기존 회원국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국 가입이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원국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을 설득하는 것은 넘어야 할 산으로 분석된다. 현재 호주와 관계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높은 수준의 개방 요구를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회원국 소비자 확대와 공급망 안정"
24일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셔우원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대표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CPTPP에 참여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서 "중국의 가입은 모든 CPTPP 회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이 주도해 2018년 12월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재 12개국(영국 포함)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중국이 끌고 간다면 CPTPP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중심이 바뀌었다.
중국이 지난해 1월 공식 발효된 RCEP(한중일 등 15개국 참여)에 이어 CPTPP 가입도 노리는 것은 세계 무역질서를 움켜쥐는 양대 협정이기 때문이다.
CPTPP는 RCEP보다는 경제 규모가 작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회원국들의 비중(영국 가입 전인 2020년 기준)은 12.7%(10조7000억달러), 무역 규모는 14.9%(5조2000억달러), 인구는 6.6%(5억1000만명)를 차지한다.
중국은 14억 인구수를 바탕으로 이러한 경제 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다. CPTPP의 기존 11개 회원국에서 중국이 가입할 경우 소비자는 3배 증가하고, GDP는 1.5배 확대 가능한 거대 시장으로 접근 기회가 생긴다는 논리다.
■美·日·호주·가입 조건 등 산넘어 산
그러나 중국의 생각처럼 진행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미국의 존재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USMCA 협정(2020년 7월 발효)으로 바꾸면서 '비시장경제 국가 조항'을 신설했다. 어느 당사국이 비시장경제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비시장경제국은 사실상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해 중국의 경제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려는 목적이 USMCA 신설 조항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미국 경제 의존도는 각각 76%, 83%로 알려져 있어 USMCA 종료는 타격이다.
일본이 CPTPP를 주도한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미국의 CPTPP 재가입을 원하는 일본 입장에선 중국이 먼저 가입되면 자동적으로 미국 가입(전체 동의)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대만도 중국과 비슷한 시기에 CPTPP가입을 신청한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다. 미국 중심의 '파이브아이즈'(5개국 기밀정보공유 동맹체)와 '오커스'(3개국 외교안보 협의체) 회원국이면서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한 호주의 결정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CPTPP 협상 자체가 중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이동 자유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금지 등이 대상이다.
중국은 농수산물과 데이터를 국가 안보 핵심 중 하나로 인식한다. 이동 자유화도 통제 국가인 중국에선 쉽지 않다. 폐쇄적인 중국 금융 시장의 개방은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요구 사항이었다. 또 중국은 최대 전략무기인 희토류 장악력 확대 치원에서 관련 산업을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했고, 올해 경기 부양에도 국유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중심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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