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가 비정규직… “전문성 인정할 법제화 시급” [심층기획-국민정신건강 관리망 흔들]

윤준호 2023. 4.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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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겪으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욕구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과 제도화는 아직 미비합니다. 상담전문가들이 국민 정신건강의 일선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순이지요."

한국상담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양종국 한경국립대 장애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담센터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과병원과 하는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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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 처우 개선 목소리
93% ‘석사 재학 이상 학력’ 고급 인력
“공인자격 인정해 서비스 질 제고해야”

“코로나를 겪으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욕구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과 제도화는 아직 미비합니다. 상담전문가들이 국민 정신건강의 일선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순이지요.”

오현정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지원위 부위원장은 24일 세계일보 취재진에게 말했다. 심리상담의 전문성을 법제화 등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정신건강관리시스템의 한 축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리상담사는 일반적으로 한국상담학회나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민간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을 지칭한다. 학회마다 자격증 취득자를 일컫는 명칭이 상담사와 상담심리사로 다르지만, 대부분 석사 이상 학력을 취득하고 2년 정도 수련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이라는 점은 같다.
지난 2022년 11월 3일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옆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심리상담사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할 법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심리상담의 중요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상담사의 처우는 열악한 악순환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심리상담사를 국가공인자격으로 법제화해 자격 미달자를 걸러내고, 상담심리 서비스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예슬 심리상담사는 “이야기를 마냥 들어주는 게 아니라 상담·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반응하며,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내담자의 깊고 어두운 순간을 함께 지나며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냈을 때, 내가 잘살고 있다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담사로서 자부심을 가진 민씨도, 현실에 낙담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수도권의 모 대학 교내 상담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긴 시간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계약직 상담사가 그만두면 학생들은 낯선 상담사에게 다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전 센터에서 담당했던 내담자가 ‘혼자서도 잘해보겠다’고 메일을 보내왔을 때 미안했다”며 씁쓸해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원을 받아 상담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해 심리상담사 8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상담 분야 인력실태조사’를 보면, 응답한 심리상담사의 59.4%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4%는 지금 속한 기관에 재직한 기간이 2년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상담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이형국 상명대 교양대학 교수(한국상담학회 총무이사)는 “최근에는 사람들이 심리적 문제에 여러 형태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심리상담사에 대한 직능코드조차 없는 게 지금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이 교수는 “심리상담사의 93.1%가 석사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한국상담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양종국 한경국립대 장애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담센터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과병원과 하는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극단적 선택 시도자와 같이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관리하고 정신과병원은 정신병리를 의학적으로 치료한다면, 상담센터는 인간관계나 직장생활 등 일상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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