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급차' 여성직원 30% 전진배치…아우디 獨전기차 공장 가보니 [FN 모빌리티]
【네카줄름·잉골슈타트(독일)=최종근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네카줄름 인근에 위치한 아우디 뵐링어 호페 생산 공장. 국내 공장과 달리 여성 직원들이 상당히 많은 게 단연 눈에 들어왔다. 공장 안내를 맡은 본사 직원은 "조립 공정만 따로 놓고 보면 30%가 여성 직원"이라고 말했다. "13(Thirteen)이 아니라 30(Thirty)이 맞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자신감 있게 30%라는 답이 돌아왔다. 뵐링어 호페 공장에선 내연기관차와 R8과 신형 전기차 e-트론 GT를 만들고 있는데, 아우디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 섬세함을 갖춘 여성 직원들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 공장의 경우 여성 직원 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뵐링어 호페 공장의 생산 책임자인 볼프강 샨츠는 "전체 아우디 사업장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직원들만 선발해 이곳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생산직군의 엘리트 집단인 셈이다.
뵐링어 호페 공장은 예전엔 R8만 만들던 소규모 스포츠카 생산 시설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전기차 e-트론 GT를 만들기 위해 생산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뜯어 고쳤다. 약 4만㎡ 규모의 뵐링어 호페 공장은 값비싼 차량을 만드는 곳인 만큼 생산 규모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다. 대신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여성 직원들을 늘려 독일차 특유의 섬세함을 가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의 경우 컨베이어 벨트로 각 공정이 연결되지만 이곳에선 컨베이어 벨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5G 통신을 활용한 자율주행 캐리어(AGV)가 공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뵐링어 호페 공장의 경우 아우디 생산시설 가운데 가장 먼저 자율주행 캐리어를 도입한 곳이다. 이 자율주행 캐리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자동차 차체를 운송한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충전도 스스로 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환경에서 모든 생산 계획을 짜는 구조인 셈이다. 덕분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내연기관차 R8과 전기차 e-트론 GT를 혼류 생산해도 혼란은 전혀 없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유연하게 생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장 전체에는 친환경 전기만을 사용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중립에도 적극적이다.
일례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생산직 직원을 거의 뽑지 않았다. 현대차의 경우도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직 채용 공고를 냈다. 특히 이번 채용에는 여성 지원자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는 7월에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인데, 여성 비율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났지만 자동차의 경우 생산직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다"며 "이 때문에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1980~1990년대의 성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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