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등 중견 8개사 하한가 쇼크···SG증권서 매물폭탄

강도원 기자 2023. 4. 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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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 계약 맺은 CFD 계좌서
담보부족 따른 반대매매 힘실려
개인 신용계좌까지 영향 미친듯
빚투 많은 종목에 '투자주의보'
당국, 시세조종 혐의 모니터링
하림지주 주가 일봉 차트 추이. 사진 제공=대신증권HTS
[서울경제]

올해 증시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던 삼천리(004690)하림지주(003380)·대성홀딩스(016710) 등 8개 상장사가 2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장 초반부터 급락세를 보이다 하한가를 기록한 이들 종목은 프랑스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SG증권과 계약을 맺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진행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특정 사모펀드(PEF)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종목만 골라 무리하게 차입 거래를 하며 주가를 띄우다 결국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거래소와 금융 당국도 관련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5곳(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017390)·세방(004360)·다올투자증권(030210))과 코스닥 상장사 3곳(하림지주·다우데이타(032190)·선광(003100))이 하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장 시작부터 하락하다 오전 9시 30분을 전후해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날 증시의 하한가는 이들 8개 종목뿐이다. 하한가 종목들은 업종·테마상 공통점이 없으나 △SG증권 창구를 통한 대량 매도 △최근 몇 달간 주가 상승 △높은 신용 융자 거래 비율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통 물량이 적음 등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에서도 대형사가 아닌 SG증권 창구로 매도 물량이 몰린 것을 주목하며 CFD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SG증권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CFD 계약을 맺고 있다. CFD는 고객이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총수익스와프(TRS)의 한 종류다. 증거금 40%만 있으면 2.5배까지 차입을 일으킬 수 있어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사는 데 40만 원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CFD 계좌는 차입 거래를 하는 만큼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 이를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만약 만기 연장(롤오버)을 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G증권에 국내 증권사 다수가 위탁 운영 방식으로 CFD 거래를 많이 하는데 담보가 증거금의 70~80%까지 하락하면 익일 10시까지 담보를 채워야 한다”며 “해당 물량을 채우지 못했고, 매도 물량이 쏟아지자 주가가 급락했고, 추가로 또 증거금의 40% 이하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해 매도 물량이 더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한가 종목들은 신용 잔액 비율도 높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 잔액률은 이달 21일 기준 14.5%, 선광 12.5%, 세방 12.1%, 다우데이타는 10.9%에 달했다. 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일어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일부 개인들이 보유한 신용 융자 계좌에서도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전문 투자자들만 CFD 거래를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특정 PEF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주식 유동 물량이 적은 종목을 찍어 CFD 거래로 주가를 올리다 차입금의 롤오버에 실패하자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8개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껑충 뛰었다. 하림지주는 113%(21일 기준) 급등했으며 다올투자증권(85%)과 세방(44%), 다우데이타(40%) 주가도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동 주식 수도 적은 편이어서 주가를 움직이는 것도 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성홀딩스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72.74%에 달하고 서울가스도 최대주주 등에 묶인 지분이 75.86%에 이른다. 다른 종목들 역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40%를 넘는 경우가 많다.

금융 당국은 SG증권 창구의 이번 대량 매도 사태를 놓고 시세조종에 관여한 세력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 역시 관련 거래에 특이점은 없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 반대매매 이후 매도 물량이 많이 쌓여 있지만 전문 투자자가 투자한 만큼 담보를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펀드의 사고일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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