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운영시점 정해야...정부, 인지하고 있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운영에 대한 시기를 특별법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김규성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관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의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한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원회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에 운영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정부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핵연료다. 일종의 연탄재와 같다. 열과 방사능 준위가 높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알파선 방출 핵종농도 4000Bq/g, 열발생량 2kW/m3 이상인 방사성폐기물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라 규정한다.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에서 임시저장시설을 구축해 보관하고 있다. 이를 저장할 안전한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없어서다. 그러나 임시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하고 있다. 일례로 한빛 원전은 2030년 포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논의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 등에 관한 근거를 담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안을 비롯해 지난해 8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안과 김영식 의원 안 등 3개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김영식 의원 법안만 2035년 부지확보, 2043년 중간저장, 205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명시해 관리시설 이전과 사용후핵연료 반출 시점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3개 법안은 소위원회 논의를 거치고 있다. 많은 쟁점 사항이 존재해 이견을 좁히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하나가 205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 등 시점 명시다.
김 기획관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나 안전성 확보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운영시점이 더 길어질 여지가 있다”면서도 “먼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구축한 핀란드 등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계획상 고준위 방폐장 운영 시점 목표는 2060년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마련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이같이 명시돼 있다. 영구처분시설 부지에 방폐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처분기술을 검증하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을 건설하고, 실증연구를 통해 영구처분시설 인허가시 필요한 정보를 산출하고, 이후에는 URL을 영구처분시설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계에선 URL 실증연구 조기 착수와 집중투자로 이 시기를 10년 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부지 확보는 원자력 혜택을 받고 있는 현세대의 의무이자 과제”라며 “주민 수용성 증진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속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사용후핵연료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의견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전히 일치된 정보가 없다”며 “영구 처분을 성공한 국가가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기에 기술적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하대근 경주시민간환경감시기구 부위원장, 김중권 경북 환동해지역본부 본부장, 권원택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 처장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국회에서 법안 통과와 합리적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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