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1330원 붕괴…5개월만에 최저
무역적자 1년넘게 지속에
외국인 배당 송금수요 늘어
엔·위안화도 동반 약세
미국 달러가 약세인데도 이례적으로 동반 약세 흐름을 보여온 원화값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6.6원 내린 133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1일 세운 연저점(1328.2원)을 갈아치웠다. 원화값이 연중 최저 수준인 1330원대로 밀린 것은 작년 11월 28일(1340.2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원화값은 올 들어 시가 기준 최저치인 1332.5원으로 출발해 장중 1336.9원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왑 규모를 확대하고, 최근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를 통해 미세 조정에 나섰지만 약 열흘 만에 '1달러=1330원' 저지선이 뚫렸다.
원화값이 추락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최근 대만·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제기된 지정학적 우려, 외국인 배당 송금 수요가 더해지면서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가 이날 달러당 6.9위안 수준으로 약세를 보인 점도 원화값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당분간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악재였다. 원화는 위안화, 엔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부각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된 측면도 있다.
원화값 약세 흐름은 미국 긴축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2월부터 나타났다. 문제는 3월 중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금융 불안으로 긴축이 끝물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는데도 원화는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가 약세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마련인 원화가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는 연초 대비 1.7% 정도 하락했고, 원화값은 같은 기간 4% 이상 하락해 원화가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역내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잘 나오지 않고, 역외시장에서도 원화보다 달러가 더 매력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화값이 당분간 1300원 초·중반대에서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원화 향방을 가를 이벤트로 25일부터 잇따라 발표되는 한국과 미국 유로존을 비롯한 주요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와 5월 초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5월 FOMC 이후 약달러가 더욱 가속화하면 원화가 약세 흐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하반기 수출 경기가 되살아나면 원화값은 다시 12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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