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없애면 급여 줄어들 수 있는데 … 野, 총선 이슈몰이 급급
더불어민주당이 '포괄임금 폐지(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으로 촉발된 '공짜노동 근절' 이슈를 보다 강력한 대책으로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마련 중이고, 여당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법안이 발의된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 안이 마련되면 포괄임금 관련 국회 논의는 정부·여당 안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 오는 6월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 위원장이 김영진 민주당 의원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으로 위원장이 바뀌기 전에 개정안을 환노위 소위에 상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이라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더 나아가 '폐지카드'를 꺼내들고 MZ세대 근로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포괄임금 관행을 일시에 폐지하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역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표 후 6개월이 되는 날 법이 시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38시간으로 2018년(39.4시간) 대비 1.4시간 감소했다. 특히 포괄임금이 적용되는 연장 근로시간은 2018년 주 평균 2.2시간에서 지난해 1.9시간으로 감소했다.
한 국민의힘 환노위 관계자는 "포괄임금 계약을 맺고 있는 사업장 상당수는 근로자가 연장 근로를 많이 할 상황을 가정해 임금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근로시간 총량이 매해 감소하는 상황에서 포괄임금이 폐지되면 기존에 포괄임금으로 임금을 '더 받던' 근로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이 '공짜노동'을 방지하고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포괄임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다.
그 결과 수당이 깎여 실질소득이 감소한 근로자가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면서 통상임금 관련 소송도 줄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근무환경이 되레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포괄임금이 폐지되면 회사는 업무시간 사이에 생기는 유휴시간을 최소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관리가 엄격해지고 담배 피우는 시간, 식사 후 티타임 등이 축소돼 되레 근무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 근로시간을 어떻게 기록할지를 두고 노사분규가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포괄임금을 폐지하려면 먼저 사업장에 근로시간을 완벽하게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에선 일부 대기업 외에는 이 같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소기업 53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입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비율은 비제조업(36.3%)과 상시 근로자 수 5~29인(42.7%), 일반 중소기업(43.3%) 등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에서 수제 의자를 제작하는 A사 대표는 "영세 중소기업이 출입관리 시스템을 설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규제는 포괄임금 악용으로 임금을 '덜 받는' 근로자를 구제하는 등 오남용을 방지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이를 일괄적으로 폐지하면 민간의 사적 자치 영역까지 침범하는 과잉규제 논란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근무와 야근이 빈번한 게임업계 일각에서도 포괄임금제 폐지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중소 게임사는 개발자 인건비 상승에 이어 (비용)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 방식. 기본급에 법정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는 정액급, 기본급과 수당 총액을 구분하는 정액수당으로 나뉜다.
[김희래 기자 / 양연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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