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군번에게 23군번 부여…'참 어이없軍'
육군 행정 착오로 23군번 받아
자대배치 후 차별·조롱 등 피해
육군 "장병에게 양해 구했다"
정정 거부하다 뒤늦게 '검토'
지난해 입대한 '22년 군번' 4900여 명이 육군의 실수로 '23년 군번'을 부여받는 일이 발생했다. 육군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도 피해 장병들에게 정정할 사항이 많다는 이유로 '정정 불가' 통보를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육군본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12월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장병 4900여 명의 군번 입영 연도가 행정 착오로 '23'으로 부여됐다.
논산훈련소에서 '23년 군번'을 잘못 부여받은 장병들 일부는 자대 배치 후 차별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기에 군에 입대했더라도 신병교육대를 나온 장병은 정상적으로 '22년 군번'을 부여받은 반면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소한 장병은 '23년 군번'을 받아 부대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피해 장병은 "같은 시기에 입대했더라도 논산훈련소를 거치면 군번이 달라 동기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군번이 잘못 부여된 경우 정정 군번을 재발급하나 이번 '군번 오류 사고'는 규모가 큰 만큼 정정에 나서지 않고 '정정 불가'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특히 육군은 군번 정정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피해 장병들에게 '정정할 사항'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군의 편의를 위해 장병들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군은 피해 장병들에게 보낸 사과문을 통해 "육군은 군번 착오 부여에 대해 정정하려고 했으나 인사명령, 급여, 대학 학점 인증 등 대·내외적으로 연결된 전산 체계는 물론 인식표, 부대 행정업무 체계 등 일반 기록물까지 정정해야 한다"며 "특히 군번을 정정하면 물질적 손해 등 2차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위협도 서슴지 않는 방식으로 '정정 불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피해 장병들 사이에서는 군번 오류로 전역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군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병 A씨는 "군은 정정을 거부하면서 제대 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전역 후 예비군 문제나 군 적금, 또는 다른 보조금 등 군번 오류로 여러 피해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군번 오류로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군이 '현재' 발생한 문제가 없으니 그냥 지내라고 통보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편 육군본부 측은 해당 병사들에게 오류 군번을 유지하겠다는 양해를 구했다며 해명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해당 병사들에게 착오 경위 등이 포함된 안내 서신을 발송해 '불이익이 없음'을 설명했다"며 "또한 지난 3월 말부터 군번을 바꿀 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군번 유지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의 보도 이후 뒤늦게 '의견을 종합해 정정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전해왔다. 피해 장병들의 의견과 요청 사항 등을 종합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검토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장병을 소모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군의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간부들의 군번이었다면 이렇게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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