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무역 年2000억弗 돌파 눈앞 … 더 가까워진 '경제동맹'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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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으로 출국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 전광판에 성공적인 방미를 기원하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 못지않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한미 무역 규모가 올해 사상 첫 2000억달러(약 265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 등으로 무역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대미(對美) 수출이 올해 들어 빠르게 늘고 있어 중국을 앞지르고 최대 수출국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구매력이 큰 미국 시장에서 무역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무역 규모는 466억달러(수출 269억달러·수입 19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460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로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대미 무역 규모는 1916억달러(수출 1098억달러·수입 818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협회가 수출입 통계를 시작한 1965년(3억달러)과 비교하면 57년 동안 무역 규모는 무려 638배 증가한 것이다.

한미 무역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1.4%씩 성장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연간 무역 규모는 21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대미 수출은 올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분기 대미 수출은 269억달러로 대중 수출(295억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이달 1~20일 수출에서도 미국(59억달러)은 중국(63억달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체 수출 내 국가별 비중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드러난다. 2002년 미국은 22%로 가장 많았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이후 미국과 중국 비중은 한때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격차가 좁혀졌고 올 1분기에는 그 차이가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대미 수출의 주요 품목도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무역협회가 품목별 수출입통계를 시작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5년간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은 의류였고 가구, 반도체, 컴퓨터 등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최근 5년간 최대 수출 품목은 자동차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222억달러로, 2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81억달러)의 약 3배 규모다. 반도체 다음으로는 자동차부품(80억달러)이 많았다. 특히 올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연기관차는 강력한 환경규제 등으로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69만2700대로 1년 전(143만8000대)보다 17.7%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의 비중도 같은 기간 9.6%에서 12.3%로 늘었다.

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전기차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다수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산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와 자동차부품의 대미 수출도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면 그에 맞춰 무역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에 투자한 기업과의 거래가 많아지면서 수입·수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여전히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미 기간에 철저한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고금리 이후 보호무역정책을 강화했던 선례를 감안했을 때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호혜 조치를 별도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신기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대미 수출 확대를 위해선 삼성·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2025년까지 공장을 짓는 동안 예외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함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경제협력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현재 대미 통상 전략의 중심축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전략기술 산업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일본 등 사례를 참고한다면 경협의 대상을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산업에서 생각할 수 있다"며 "과거 단일 품목을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서 시스템과 지식재산권, 서비스 등을 묶어 수출하는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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