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탑 무너질라…한러 긴장에 식품사 촉각
팔도·오리온·롯데웰푸드 등
러시아 진출 식품회사들 긴장
5박7일 방미 尹 언급 주목
中진출 업체들도 노심초사
"사드사태 재연될까 걱정"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중, 한·러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식품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드러난 것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돌출적 결정이 잦은 러시아와 중국 정부 특성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한 감정이 자극되거나 현지 정부 규제로 매출 감소, 기업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에 법인을 둔 식품업체들은 이날 시작된 5박7일간의 윤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에 방문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에는 팔도, 오리온,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등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현지 공장을 세우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내수 기업 이미지를 쌓았다. 일례로 러시아 국민 식품 반열에 오른 용기형 라면 '팔도도시락'은 한 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러시아에서 사업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오리온 러시아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79%, 롯데웰푸드는 53% 증가했다. 현지 사업이 호조세를 타자 적극적인 투자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팔도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글로벌 식품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 부문을 수백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웰푸드는 올 초 러시아법인에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과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세 번째 신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트집 잡아 여러 한국 기업에 의도적으로 피해를 끼친 경험이 있는 나라다. 실제 글로벌 기업은 이 같은 중국 정부 모습 때문에 중국을 폴리티컬 리스크가 큰 국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일례로 2015년 1조3300억원 매출을 낸 오리온 중국법인은 사드 사태를 거친 2017년 7948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고, 7년 만인 지난해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등이 긴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은 현지에서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 확대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 MZ세대가 많이 찾는 '비비고 만두'의 경우 2015년 매출 70억원에서 2020년 1600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식품 사업 매출은 지난해 4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넘게 상승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최첨단 두부 생산 설비를 갖춘 베이징 2공장을 준공했다. 대상그룹의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지난해 중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노리고 현지 최대 제약그룹 시노팜의 자회사인 시노팜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낙천칠성(상하이)음료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거점을 베이징에서 경제 도시인 상하이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품질과 신뢰도가 중요한 식품 소비기준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뚜레쥬르),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SPC그룹(파리바게뜨), 제너시스BBQ(BBQ치킨) 등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도 다수 진출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불매의 타깃이 되면 기업들이 수년간 공들여 쌓은 제품 브랜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국내 식품산업 전망이 어두워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인데, 외교적 파장 탓에 시장 개척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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