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인기 치솟자 콧대 '확' 낮춘 와인
와인수요 줄자 가성비로 승부
와인 수입·유통 업체가 최근 주요 와인 가격을 잇달아 낮춰 판매해 눈길을 끈다. 젊은 층에서 20도 이상 도수가 높은 술과 탄산·주스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크게 유행하며 수입주류 시장에서 소비자 관심이 와인에서 위스키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와인회사들이 콧대를 낮춘 원인으로 꼽힌다.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와인 수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와인 가격이 낮아진 또 다른 배경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주요 와인 판매점에서 병당 약 15만원에 팔리던 미국 캘리포니아 로디산 고급 와인 '더페더럴리스트'는 지난해 말부터 5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이 와인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이연복 셰프에게 선물한 사실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알려지며 일명 'BTS 와인'으로 불린다. 원통형 하드 케이스와 미국 역대 대통령 사진이 쓰인 라벨이 인상적인 데다 최근 가격까지 낮아지면서 선물용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인업체가 콧대를 낮춘 데는 와인 소비 확장세가 2021년 이후 주춤하고 있는 것이 핵심 원인이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위스키 수입액은 52%나 늘었다. 신세계L&B, 롯데주류,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잇달아 직접 와인 수입에 나서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면서 와인 수입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와인 가격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세계L&B·금양인터내셔날·아영FBC·나라셀라 등 주요 와인수입 4개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평균 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나 급감했다. 수요 정체에 수입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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