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덕에 … HD현대일렉 '함박웃음'
현지 생산시설서 빠른 대응
1분기 영업익 177% 증가
HD현대인프라코어도 호조
'오일뱅크' 부진 메울지 주목
HD현대그룹 계열사 HD현대인프라코어(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일렉트릭(현대일렉트릭)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비상장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실적이 유가 안정으로 지난해 대비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는 반가운 소식이다.
24일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분기 매출액 5686억원, 영업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6%, 177.2% 늘어난 수치이자 증권가 컨센서스였던 5128억원, 356억원에 비해서도 높다.
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주 매출원으로 한다. 지난 1분기 호실적은 북미 지역 송배전 시장 호황과 중동 국가들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미 시장 수주금액은 10억2200만달러로, 전년 3억9000만달러 대비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동 시장 수주금액도 같은 기간 2억6000만달러에서 5억1900만달러로 2배가량 증가했다.
현대일렉트릭이 미국 시장에서 실적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로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이 꼽힌다. 생산시설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국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고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전력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이행과 노후화된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현대일렉트릭이 이 같은 움직임의 수혜를 크게 입었다는 분석이다. 또 전기를 멀리, 대규모 시설에 공급하는 데 필요한 고전압 전력기기를 주력 상품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특히 수요가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98%) 하락한 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굴착, 휠로더 등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현대인프라코어도 지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2878억원, 영업이익은 15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45.5% 증가했다. 매출액은 컨센서스였던 1조3182억원에 못 미쳤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1192억원)를 크게 뛰어넘은 성적이다.
현대인프라코어는 중국 인프라 투자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했지만 실제로 중국 이외 시장이 실적 상승에 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2022년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45% 급증했는데 늘어난 예산은 자국 인프라 투자로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 회복으로 2022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 전환했고, 네옴시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업은 2분기에도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일렉트릭은 연간 수주 목표를 19억4800만달러에서 26억3400만달러로 35%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일렉트릭이 2분기 매출액 1조3077억원, 영업이익 12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인프라코어도 올해 2분기 매출액 1조3077억원과 영업이익 1221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41% 늘어난 수치다.
두 계열사의 실적 호조는 그룹 핵심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더욱 절실하다는 평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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