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칼럼] "법적으로 막을 방법 없다"…기부금, 공시 그리고 투명성
(서울=뉴스1)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 "사찰 명의로 직인과 서류 등을 위조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부산광역시경찰청은 최근 기부금 영수증을 위조해 판매한 A씨를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 사찰 명의로 허위 기부금 영수증이 대거 발급된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전국 유명 사찰 명의 기부금 영수증을 위조해 판매했으며 그 대가로 상당 금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작된 기부금 영수증은 한 사찰당 100~200여 개에 달한다. 확인된 피해 사찰은 김천, 청도, 합천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으며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사찰로 확인됐다."
작년 8월 12일자 불교신문 보도 내용 중 일부이다. 같은 보도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부산경찰청 경제범죄수사팀원의 말이 소개되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수법이 통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특별히 전산 분석을 하지 않는 이상 사찰이 조심한다고 해서 허위 조작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탄하스님은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힌다.
다른 언론 보도로는 주범인 A씨는 10년 넘게 5000명이 넘는 사람에게 건당 20만원 안팎을 받고 이처럼 해왔단다. 밝혀진 내용에 따라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100억원에 달하는 금전을 받고, 기천억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일으킨 셈이다.
세법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필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조계종 탄하스님 말씀처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주범 A씨가 잡혔다면, 너무 오랜 기간 너무 광범위하게 했다는 이유밖에는 찾을 수 없다.
매우 불경스럽지만, 만약 저와 똑같은 행위를 사찰의 스님이 한다고 가정해 보자. 감히 단언컨대 '죄조차' 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갑(甲)이라는 사람이 스님에게 5000만원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 간 행위를, 갑이 스님께 5000만원을 기부하고 스님이 그 자리에서(그게 좀 어색하다면 이삼일 혹은 이삼주의 간격을 뒀다 치자) 5000만원을 "스님께서 갑에게 훌륭한데 쓰시오"하고 너그러이 주셨다면 필자의 시각에서는 죄 될 것은 티끌만큼도 없다.
앞서 탄하스님께서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한탄하신 데에는 스님 아닌 외부인이 그와 같은 행위를 했을 때 적발해 낼 수단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경찰이 A씨를 잡아서 처벌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예시한 것에서는 문자 그대로 스님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여기에서 2003년에 생산된 국세청 질의회신 하나를 살펴보자.
질의 요지는 "법인이 근로자에게 부서별 업무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한 성과급을 균등하게 재분배할 목적으로 조합원이 지급받은 성과급을 노동조합비로 납부하고, 노동조합이 납부된 노동조합비를 당해 조합원들에게 균등 분배하는 경우에 조합원이 납부한 노동조합비"가 소득세법시행령 제80조의 지정기부금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당연히(?) 국세청에는 지정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이 경우 만약 성과급이 지정기부금에 해당한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따져보자.
계약 연봉 1억을 받는 근로소득자가 연말 성과급으로 2000만원을 받아 지정기부금 적용을 받게 되면, 세액공제 혜택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세금 없이 2000만원을 온전히 받아 가는 셈이 된다. 일반적인 근로소득자가 약 40%에 육박하는 8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1200만원을 받아 가는데 반하여 말이다.
국세청도 아니라고 하니 별반 신경 쓸 문제인가 하는 독자분도 계실 테지만, 문제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이와 유사한 질의가 많지만 국세청은 확정 지어 답변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것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위와 같이 하였을 때, 즉 국세청이 지정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음에도 실제 저렇게 하였을 때 과세당국은 찾아내어 탈루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구구절절이 쉽지 않음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탄허스님의 답변으로 대신하겠다.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확히는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 가능할까? 답은 '공시'이다.
회계공시라고 하면 벌써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동탄압이라 답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분들께 되묻고 싶다. 회계공시라고 하는 것이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아파트, 협동조합 등 모두 공시의무가 주어지고 그에 따라 공시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자주성이 침해됐다거나 탄압받는다라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
실제 지정기부금 단체에 주어지는 재무제표 공시는 아주 낮은 수준의 것이다. 물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등 추가적인 비용 그리고 노력이 들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요구가 있고,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세금 탈루 위험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이 함께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맞을 성싶다. 다시 한번 "해답은 공시이다."
※김경율 칼럼의 내용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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