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폭행’ 전북대병원 의사 복귀 논란…“새 전문의 구하기 힘들어서”

술 취해 레지던트 머리 소주병으로 내리쳐
병원 진료 금지하는 중징계에도 복귀

상기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제공

 
술자리에서 같은 과 전공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려친 의사가 6개월 만에 병원으로 복귀한다. 그를 대체할 의사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실력은 차치하고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체 불가한 인력이 되는 셈.

안 그래도 한국에서는 ‘취소 못하는 유일한 면허가 의사 면허’라는 말이 있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대리인이 수술을 집도해 환자가 사망해도 취소되지 않는 ‘신의 면허’가 바로 의사 면허라는 조롱의 뜻이 담긴 말인데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A교수는 전북대학교 교원이자 전북대병원 의사다. 전북대 소속으로 전북대병원에서 진료를 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겸임 교원이다.

지난해 9월 29일 전주 한 음식점에서 A교수는 같은 과 전공의, 레지던트 B씨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 이로 인해 병원에서는 직무정지 6개월, 대학에서는 정직 1개월 및 겸직 해제 처분을 받았다.

겸직 해제는 대학교수의 병원 진료를 금지하는 중징계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다시 전북대병원 의사로 복귀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전문의위원회를 열어 A교수에 대한 겸직 허가 요청을 결정하고, 20일 전북대에 의견을 전했다. A교수에 대한 최종 인사 권한은 대학에 있어서다.

대학은 병원의 요청을 받은지 하루 만인 21일 이를 승낙했다. 소속기관인 병원이 내부적으로 이미 합의해 대학에 요청한 사항이므로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병원 전문의위원회에 속한 의사 9명 중 5명이 A교수의 복귀에 찬성했다고 한다.

전북대병원은 “A교수가 담당하는 과가 필수 특수진료과로 전국적으로 의사가 한정돼 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A교수도 6개월 동안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갖고 반성의 기미를 보여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병원의 행태를 규탄하면서도 의료업계의 현실을 언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적으로 인원이 부족한 의사는 어떤 범죄나 잘못을 저질러도 시간이 나지면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고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도 심해진다”면서 “물의를 빚은 의사는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당장 해당 의사가 속한 진료과가 문을 닫아야 하고 협진이 어렵고, 응급환자를 볼 수도 없는 병원의 속사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유가 뭐든 전북대와 전북대병원은 술자리에서 소주병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친 ‘준범죄자’에게 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준 것.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