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정부가 분당 건설”…‘정자교 붕괴’ 책임 돌리는 성남시장

김기성 2023. 4.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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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발생한 '분당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기도 성남시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선포를 요구했다.

24일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5일 보행로 붕괴사고 직후 시는 탄천 교량 20개 가운데 사고가 난 정자교와 2016년 준공된 이매교를 제외한 18개 교량 보행로에 대해 지난 21일까지 1·2차에 걸쳐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사고가 나기 전 이 다리들의 보행로에 대해선 별도의 안전진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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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신도시 인프라 건설”…특별재난지역 주장
“보수·관리 책임 지자체이고, 성남시 재정도 충분” 반박
지난 5일 오전 보행로가 무너져 다리를 건너던 시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분당 정자교 현장. 김기성 기자

이달 초 발생한 ‘분당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기도 성남시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선포를 요구했다.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책임 떠넘기기’ 차원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5일 보행로 붕괴사고 직후 시는 탄천 교량 20개 가운데 사고가 난 정자교와 2016년 준공된 이매교를 제외한 18개 교량 보행로에 대해 지난 21일까지 1·2차에 걸쳐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 16개 다리의 보행로가 ‘미흡’(D등급) 또는 ‘불량’(E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0개 교량은 보행로의 ‘처짐 상태’는 허용 한계를 많게는 14.5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철거 뒤 재시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런 조사결과를 공개한 뒤 “건설된 지 30여년이 지나 낡고 위험한 교량이 산재한 성남시의 현 상황은 재난지역과 다름없다. 이에 무거운 마음으로 정부에서 성남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선포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와 모든 기반시설은 정부 주도로 건설됐고, 30여년이 지났어도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중앙정부 관리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성남시의 이런 요구를 두고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도시기반시설의 유지·보수·관리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무리한 주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신상진 경기도 성남시장이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선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남시 제공.

일단 성남시의 지금 상황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69조(특별재난의 범위 및 선포 등)를 보면 ‘사회재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능력이나 재정능력으로는 재난의 수습이 곤란하여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으로 규정돼 있다.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상위권이고, 행정인력도 많다. 게다가 1기 신도시의 모든 도시기반시설은 완공 뒤 안전점검 등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인계돼 자체 예산으로 30년 가까이 유지·보수를 해왔다. 따라서 관리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다는 성남시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 시장의 이날 회견은 경찰이 시설물 관리 책임 등을 들어 신 시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면피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사고이면서 사망자가 1명 이상’이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장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 관계자는 “정자교 붕괴는 법에서 규정한 재난도 아니고, 충분히 위험이 예측된 사고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예방 사업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보행로 철거·재시공이 결정된 16개 교량의 보행로는 사고가 난 정자교처럼 외팔보(캔틸레버) 구조로, 분당신도시가 조성된 1993~1994년 만들어졌다.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사고가 나기 전 이 다리들의 보행로에 대해선 별도의 안전진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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