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해외 바이어를 불러들이려면

2023. 4.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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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쾰른 등 전시회서
獨 34만개 글로벌 강소기업
세계 무대 데뷔 발판 마련
전시산업이 곧 수출 경쟁력

18개월 동안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22년 9월 114.787까지 치솟으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난 4월 14일 장중 100.766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하락에도 원화의 가치가 더 크게 떨어져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 신호를 주고 있다. 지난 2월 2일 1달러에 1227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 19일 1329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환율 변화의 상당 부분이 무역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기 하강 시점에서 원화 가치 하락을 활용한 수출 증대로 경기를 회복하던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유가가 다시 상승하는 상황에서 에너지나 원자재 수입비용이 늘어나 인플레이션과 경기 하락의 이중고가 더 악화됐다.

무역수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 분야만 호조를 보이고 있을 뿐 그 외 분야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할뿐더러 해외 마케팅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어 바이어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 일단 진출해서 시장을 개척하던 그동안의 아웃바운드 중심 수출 정책에서 외국 바이어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 수출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해야 한다.

일례로 독일은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34만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독일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하노버·쾰른·프랑크푸르트 메세(Messe) 등 주요 전시장도 히든 챔피언 기업의 분포에 따르고 있다. 전시장마다 자연스럽게 지역별 특화 전시회를 발전시켜 히든 챔피언들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하는 쇼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전시산업(MICE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세계 1~10위 규모의 전시장 중 7곳이 중국에 쏠려 있고, 상하이컨벤션센터만 40만㎡인 데 반해 한국의 전시장은 다 합쳐 43만㎡에 불과하다.

대부분 국가들이 산업 규모에 걸맞은 전시산업 경쟁력을 갖춘 것과 달리 우리는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해 전시장의 규모와 인프라, 시장 규모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경기도 킨텍스, 서울 코엑스,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등이 주요 전시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킨텍스조차도 1·2전시장을 합쳐 전시면적이 10만8566㎡일 뿐이다. 전 세계 60위권에 그친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산업 규모에 걸맞은 정부의 전시장 규모 및 인프라 확충,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CES나 MWC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전시회를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 특색 있는 전시회를 발전시킨다면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도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의 전시 공간(18만6000㎡)에서 전 세계 170여 개국, 31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1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이보다 작은 규모인 스페인의 MWC도 경제파급 효과가 5억유로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전시산업은 전체 산업 규모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무역적자 문제를 극복하고 첨단산업 경쟁력 극대화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전시산업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홍정민 국회의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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