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中공백' 채우지 말라는 미국...업계 "별 영향은 없지만"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보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실제로 이같은 일이 일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울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해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D램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에서 3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연간 매출 308억 달러의 11%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이 30%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낮다.이같은 사정을 아는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없더라도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 중국 내 대규모 공장을 가동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중인 중국 로컬업체들이 공백을 무리 없이 메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협회 부회장은 "미국의 요구가 사실이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데다, (제재 대상인) 마이크론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개연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첨단기술 시장에서 '중국의 고립'을 원한다.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낙후된 기술은 곧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도록 하려는데도 이같은 이유가 있을 것으로 풀이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D램 산업은 1위 기업인 창신메모리가 19나노까지 국산화를 실현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 3 선두기업 대비 기술격차는 5년 이상이다.낸드 역시 창장메모리(YNTC)가 2020년 128단 양산에 성공했고, 2022년 12월 232단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선두 기업과 2년 가량의 기술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는 마이크론의 지난해 D램 매출액은 195억2500만 달러. 중국 비중을 10%로 단순 가정했을 때 중국에서의 D램 매출은 약 2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D램 업계 4위 난야의 연 매출(19억4100만 달러)와 유사한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첨단 제품이 중국 시장에 추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중국 반도체 고객사들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반도체'를 대표하는 마이크론은 이미 중국의 제재 가능성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내놓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가 시장 참여를 제한하거나 중국 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경쟁자들은 이같은 정책의 혜택을 볼 것이며, 우리에게 적용됐던 규제를 받지 않아 추가적인 매출 기회가 생기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별도의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며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해외 개별 기업의 판매까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 측으로부터)연락 오거나 협의한 바 없다 는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순방 시 의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쪽에 요청한 것이 없어 현재로선 논의 계획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미국의 최근 행보를 예사롭게 봐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다른 요청이 있을 수 있고, 더 큰 것도 요구할 수 있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요청을 따를 경우) 중국 내 한국기업들의 공장들은 제재를 받거나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우리 기업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이재윤 기자 mton@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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