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조금이라도 건져볼까 지원센터 찾지만…헛걸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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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게 벌써 4번째입니다. 그런데 상담 내용은 항상 똑같아요. 오늘은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한다니까 기대를 갖고 왔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받고 나오던 강민석(53)씨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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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이곳에 온 게 벌써 4번째입니다. 그런데 상담 내용은 항상 똑같아요. 오늘은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한다니까 기대를 갖고 왔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있는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받고 나오던 강민석(53)씨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강씨는 이날 상담원에게 전날 발표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언급하며 법률·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직까지 위에서 내려온 게 없다.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였다고 한다.
센터에는 개장 시각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지역의 전세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센터는 지난 1월 처음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상담을 원하는 피해자들은 끊이지 않는다. 인천시 주거복지팀 쪽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30∼40명의 피해자가 상담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날 센터를 찾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센터가 지금까지 상담한 928명 중에선 30대가 369명(40%)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201명(22%)이었다고 한다.
이날 센터를 찾은 피해자들 대부분은 상담을 불만족스러워 했다. 2021년 12월 1억3000만원의 보증금을 주고 전세계약을 한 김아무개(27)씨는 “기대를 걸고 왔는데, 인터넷에서 내가 찾아본 정보와 다 같은 내용들”이라고 푸념했다. 김씨는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지난달부터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었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지역 전세피해자 1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들어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센터에선 ‘건축왕’ 남아무개(61)씨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한 세입자도 만날 수 있었다. 박아무개(38)씨는 2021년 1월 남씨 일당에게 보증금 1억1000만원을 건넨 뒤 전세계약을 했다. 이 돈은 박씨가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에 부모로부터 빌린 돈을 합친 것이었다. 박씨는 “월세집을 전전하다 처음 전세를 얻었는데, 일하며 모은 돈과 부모님께 빌린 돈 모두 잃었다. 돈을 받아내려면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데 집주인의 재산을 찾아내는 게 어렵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피해자들의 사정은 더 딱했다. 앞서 언급한 강민석씨는 2020년 11월 건축왕 남씨 딸에게 보증금 1억원을 주려고 은행권에서 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도 남씨 일당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강씨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에 지인들의 돈을 끌어모아 은행빚을 먼저 갚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도 “1억3000만원 중 1억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알선한 은행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12월이면 계약 만료인데 은행대출금을 어떻게 갚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이날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세피해 관련 대책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돈을 빌린 전세사기 피해자의 채무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만 (채무 탕감을) 해주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 신용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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