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삼성의 불황기 인재 투자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4. 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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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이병철 창업회장의 말이다. 그가 살아생전 강조했던 키워드 중 하나가 '사람'이다. 그는 '인재제일'을 삼성의 경영 지주로 삼았다.

그의 경영철학은 아들인 이건희 선대회장이 물려받았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영입하려는 이 선대회장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때부터 삼성 인사제도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공개채용 제도도, 기업연수원도, 학력·성별에서 벗어난 열린 채용도 모두 삼성이 최초였다.

이재용 회장도 인재를 중요시하긴 마찬가지다. 올해도 삼성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예년과 다른 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다. 반도체 업계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올 2분기 삼성전자가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면서다.

통상 경기가 나빠지거나 사업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채용을 줄이기 십상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채용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기업 비중은 15.1%로 작년 같은 기간(7.9%)보다 1.9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기업이 직원에게 들어가는 돈을 '비용'으로 보는 탓이다. 하지만 삼성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 삼성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1만6000명 수준이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재를 육성하는 게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을 말이다. 기술 혁신이 바로 사람에게서 시작됐다는 많은 경험이 삼성에는 있다.

사이클을 타는 경기는 언젠가 다시 올라온다. 그때 빛을 발하는 건 좋은 인재를 일찌감치 확보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온 기업이다. 사람을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기업은 삼성을 주목해야 한다. 좋은 인재 확보가 1등 기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새하 산업부 lee.saeh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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