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긴급 거처' 입주 외면
전국 226가구 공공임대 마련
실제 입주는 9가구에 불과
"면적 작고 월 임대료 부담"
정부 매입임대 추진하지만
피해자들 호응할지 미지수
◆ 전세사기 후폭풍 ◆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이용해 전세 피해 임차인들이 살던 집을 공공임대로 전환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으나 대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피해 임차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긴급거처(공공임대)'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 임차인들은 기존 대출 이자를 매달 내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월 임대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24일 LH에 따르면 LH가 확보해 놓은 긴급거처(공공임대주택)에 계약을 체결해 입주했거나 입주를 기다리는 피해 가구는 단 9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LH가 인천 미추홀구 등 전국 전세 피해 가구를 위해 확보해 놓은 226가구 중 약 4%에 불과하다. 전체 피해 규모로 보면 더욱 극소수가 된다. 전세 피해 임차인들은 인천시에만 3008명이 있는 것으로 인천시는 추정하고 있다. LH가 제공한 긴급거처 중 인천 소재 주택 입주가구는 4가구에 불과하다. 인천시만 따지면 0.13%만이 정부가 마련해 놓은 공공임대를 선택한 셈이다.
피해 임차인들이 긴급거처로 제공된 공공임대를 외면하는 이유는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 부평구 소재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만난 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대다수 피해 임차인들의 바람은 보증금을 원활하게 돌려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은 평수도 문제였다.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긴급주거 공공임대주택 238가구(LH와 인천시가 공급한 물량) 가운데 91가구(38.2%)는 20㎡(6평) 미만 원룸이다. 이보다 큰 20~59㎡(6~18평) 규모 주택은 122가구(51.2%)이고, 60~85㎡(18~25평) 규모 주택은 25가구(10.5%)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얼마 있지도 않은 수요가 소수 큰 집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 임차인은 "최근 긴급거처를 신청했는데, 대기번호가 7번이더라"고 말했다.
이 중 임차인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추가 부담이다. 긴급거처로 마련된 공공임대는 보증금은 면제해주지만 월 임대료(시세 30% 수준)는 내야 한다. LH와 계약을 마친 9가구는 대부분 10만~30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야 한다. 최대 월 47만원(전용면적 71㎡)을 내야 하는 가구도 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지난 23일 발표한 '매입임대 제도 활용 방안'이 피해 임차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당정은 LH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피해주택을 낙찰받고, 이를 공공임대로 전환해 피해자들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월 임대료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기존 매입임대 제도를 감안하면 주변 시세의 30~50%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피해 임차인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그대로 거주한다는 장점 외엔 기존 긴급주거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 피해자들 대부분은 대출이자를 갚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수십만 원의 월세까지 더해지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이 매수해달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 장관은 "사기로 피해를 당한 금액이 회수가 되든 말든 국가가 나서서 대납해주면, 사기 범죄를 국가가 떠안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피해금액을 반환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기에 의한 피해를 국민세금으로 대납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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