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순방 동행하는 4대그룹 총수…선물 기대보단 숙제 한가득

허인회 기자 2023. 4.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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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정책 드라이브…반도체·전기차 해법 끌어낼까
美는 선제 압박 카드부터 꺼내들어…빈손 귀국 우려 목소리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 간의 국빈 방미길에 올랐다. 이번 방미의 핵심 기대 성과인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4대그룹 총수를 포함한 122명의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미국행이라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통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만큼 현지 동향 파악과 함께 대응방안 모색에 집중해야 돼서다. 재계가 선물 보따리를 안고 올지 골치 아픈 숙제를 갖고 올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국내 기업인 122명이 함께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다.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간의 경제사절단의 성과를 비춰보면, 대규모 계약 혹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상대국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국행은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풀어야 할 실타래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IRA와 반도체지원법을 잇달아 시행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중심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조치다.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5월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반도체법 시행으로 지원금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미 정부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세부 영업 정보를 내놓으라는 단서 조항들을 달았기 때문이다.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도 못내 부담스럽다.

이에 더해 미국행 직전 악재도 전해졌다. 지난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중국 정부가 메모리칩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자 이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속셈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기업까지 참여시키려는 의도다.

이번 방미 기간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등 합의점이 찾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던 반도체 업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한국이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날선 반응을 보여왔던 중국이었다.

미 상무부는 앞서 10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해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의 갱신 여부가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압박이 다가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쑤저우에서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다롄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한국은 메모리칩의 절반 가량을 홍콩을 포함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수출을 하지 않을 경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역으로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보조금 제외된 현대차…조지아 공장 완공에 주력?

미국으로 향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마음이 편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배터리 요건을 맞추지 못해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제외됐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어서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의 보조금 대상이 된다.

이에 정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건설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2025년 완공 예정이었던 조지아주 공장은 2024년 하반기로 일정을 앞당겼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2년 이상 보조금 공백이 생긴다면 현대차그룹으로선 큰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미에서 정부의 측면 지원을 통한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IRA와 반도체지원법의 예외적인 수혜를 받기 위해선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처럼 미국 측이 순방 전부터 다양한 각도의 압박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주장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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