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냄새도 거뜬 ‘LG 슈케어’…정성껏 갈고 닦아 7년 만에 출시[내만내소]

박현익 기자 2023. 4.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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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관리 전문 솔루션 LG슈케어·슈케이스
제품 기획 유수찬, 개발 박혜용·신주환 인터뷰
2016년 아이디어부터 올 3월 출시까지
구두 명장까지 검증해 장인정신으로 개발
속 뒤집는 발냄새도 기계에 돌리니 깔끔
마니아층 겨냥한 ‘슈라이프’ 즐거움까지
‘내가 만들어서 내가 소개한다’. 제품, 서비스를 만든 기획·개발자들을 만나 ‘딥’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전문성은 물론, 직접 얼굴을 걸고 이야기하는 만큼 신뢰도가 높지 않을까요. 오늘 그 첫 회로 LG전자의 ‘신발 전문가들’을 만나봅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슈케어·슈케이스 기획·개발자. 왼쪽부터 LG전자 신주환 Appliance PO 선임, 유수찬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 박혜용 H&A CX 랩 책임. LG전자 제공


“많이 독할 수 있습니다. 시작할게요.”

20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R&D 캠퍼스. 연구원이 하얀 천 조각에 준비한 용액을 주입하자 2평 남짓의 실험실 내부에 고약한 악취가 진동했다. KF94 마스크 세 겹을 쓰고 코를 지켜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진한 청국장, 땀에 찬 겨드랑이, 비 오는 날 흠뻑 젖은 양말. 여러 생각이 드는 냄새였다.

20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 R&D 캠퍼스에서 슈케어·슈케이스 개발에 참여한 김소라 LG전자 책임연구원과 탈취 성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김 연구원이 발냄새 물질인 ‘이소발레르산’을 실험체에 주입한 뒤 슈케어에 넣는 모습. LG전자 제공
연구원이 사용한 용액은 0.5% 농도의 ‘이소발레르산’ 1㎖. ‘발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기 속에 기체 형태로 5ppm(0.0005%) 수준만 떠 다녀도 ‘호흡이 정지될 정도의 상태’라고 분류된다.

슈케어를 통해 1시간 50분 동안 집중 살균을 한 뒤 검사용 펌프로 이소발레르산 농도를 측정했다. LG전자 제공
이소발레르산을 머금은 천을 신발과 플라스틱 용기에 나눠 담았다. 이어 용기만 완전 밀봉한 상태로 각각 LG ‘슈케어’ 기기에 넣어 ‘집중살균’ 해봤다. 1시간 50분 후. 다시 꺼내 테스트기로 천의 상태를 확인했다. 검사용 펌프를 통해 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외부와 완전 차단된 천에서는 이소발레르산 6ppm이 검출됐다. 반면 신발 속 천에서는 수치가 0으로 나왔다. 슈케어의 살균을 거쳐 냄새를 말끔히 탈취한 것이다.

집중 살균 이후 완전 밀봉된 용기 안(왼쪽)과 신발 내 천(오른쪽)에서 각각 이소발레르산 수치를 검출한 결과 . 밀봉 용기에서는 6ppm이 나왔고 신발에서는 0이 측정됐다. 냄새가 완전 탈취된 것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에서 지난달 31일 출시한 신발관리 전문 솔루션 슈케어·슈케이스. 신발을 최대 4켤레 담을 수 있는 슈케어는 살균·탈취·건조에 특화됐다. 네모난 박스 모양의 슈케이스는 습도 관리와 전시에 특화된 제품으로 상하로 최대 4칸을 쌓아 올릴 수 있다. LG전자 제공
신발 관리 솔루션 슈케어·슈케이스는 지난달 31일 출시됐다. 슈케어는 살균·탈취·건조에, 슈케이스는 습도 관리와 전시에 특화된 제품이다. 운동화는 물론 가죽으로 만든 구두나 골프화·축구화 등 기능성 신발까지 각 특성에 맞춰 맞춤형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앞서 스타일러가 의류 관리의 새 지평을 열었듯 슈케어·슈케이스도 신발 관리의 새 시장을 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센스 화이트(흰색)·그라파이트(회색)와 크림 계열의 로제(빨간색)·옐로우(노란색) 등 4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인테리어 소품처럼 공간 연출도 가능하다. 2016년 내부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 출시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내만내소’에서 직접 제품 기획, 개발자들을 만나 제품의 출시 배경과 성능, 강점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LG 30년 몸담은 스타일러 전문가, 슈케어도 개발

유수찬 LG전자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가운데)이 슈케어·슈케이스 기획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LG전자 신주환 Appliance PO 선임, 오른쪽은 박혜용 H&A CX 랩 책임. LG전자 제공
“어중간할 바에야 안 내놓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개발을 총괄한 박혜용 LG전자 H&A CX 랩 책임은 “이미 시중에 나온 신발 관리 기기들을 보니 오히려 서둘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책임은 LG전자에 1993년 처음 입사해 30년 가까이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 개발을 이끈 ‘장인’이다. 2011년 출시된 스타일러도 박 책임이 2006년 개발팀을 처음 꾸리고 제품 테스트와 성능 개선을 수 차례 거듭한 끝에 탄생한 ‘수작’이다.

박 책임은 슈케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작동 시간, 신발 수납 방식 등 편의성부터 제품 디자인, 살균·탈취 방식 등을 어떻게 설계해야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신발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신발을 신다 보면 물에 젖는다거나 냄새, 오염 등 각종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며 “어떤 제품은 살균만 되고 또 다른 제품은 건조 후에도 냄새가 남아 있는 등 이 정도로는 고객이 원하는 신발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품 기획을 맡은 유수찬 LG전자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은 “2016년 처음 아이디어가 논의됐지만 2017년 디자인 등록, 2019년 특허 등록을 거쳐 2021년 10월에서야 사업 검증(PoC)용 콘셉트 기획안이 나왔다”며 “PoC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기획만 4번에 40여 명 자문단 통해 9번 테스트…대한민국 1호 수제화 명장까지 검증

LG전자 유수찬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왼쪽)과 박혜용 H&A CX 랩 책임이 슈케어에 신발을 넣으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유 책임은 “올 2월까지 기획안을 총 4차례 거듭해서 짰다”며 “외부 전문가를 섭외하고 소비자 검증·자문단을 통해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기수별 4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 ‘엘업(L.UP)’을 통해 3년 동안 9번의 테스트를 받았고 콘셉트 기획안을 내놓을 때마다 신발 마니아 30여 명으로부터 검증받았다고 한다.

특히 신발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대한민국 수제화 1호 명장’ 유홍식 씨도 섭외했다. 유 책임은 “스팀(열기)을 활용한 살균·탈취 기능 때문에 가죽, 면, 스웨이드 등 어떤 재질이든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했다”며 “유홍식 명장으로부터 직접 자문을 받아 문제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LG슈케어는 100℃ 스팀으로 무좀균 등 유해 세균을 99.99% 살균하고 발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까지 없애도록 설계됐다. 박 책임은 “살균에는 빛을 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겉면만이 아닌 내부까지 구석구석 살균하려면 스팀으로 분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신발 종류나 소재에 맞춰 스팀 분사량을 세밀하게 조절해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탈취방식인 ‘제오드라이필터’는 숯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박 책임은 “보통 숯은 냄새를 다 빨아들인 뒤에는 구멍이 다 차서 제 기능을 못한다”며 “하지만 제오드라이필터는 마른 상태일 때 습기나 냄새 입자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고 다시 히터로 열을 가해 건조시켜 계속해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케어의 표준 살균 시간은 47분, 급속은 15분이다. 신발이 젖어서 바짝 말려야 할 때는 3시간 30분 돌리면 된다.

또 슈케어에 총 4켤레를 넣어 돌릴 수 있지만 상하로 나눠 각기 다른 옵션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박 책임은 “같은 가족 안에서도 부모, 자녀간에 분리해서 관리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또 위에는 면 신발, 아래는 가죽 구두를 넣는 등 한 번에 다양한 제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MZ 취향 저격…유지·관리 넘어 전시 욕구 자극

슈케어·슈케이스 출시 전 진행한 사전체험단 활동에서 고객이 직접 슈케이스를 꾸민 모습 .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MZ세대의 정서와 최신 트렌드인 리셀러·마니아들의 취향도 고심해서 반영했다. 전시 기능에 특화된 슈케이스가 함께 출시된 배경이다. 유 책임은 “당초 슈케어 내부에 보관기능을 갖추려 했지만 제품 피드백 과정에서 MZ세대는 전시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캐치했다”며 “이에 360도 회전하며 조명을 비추는 슈케이스를 별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제품 출시 후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러 대의 슈케이스를 한 데 모아 ‘나만의 전시장’을 만들어 자랑하는 것이다. 슈케이스는 상하로 최대 4칸을 쌓아 올려 연동시킬 수 있다. 제품 소프트웨어(SW)를 담당한 신주환 LG전자 Appliance PO 선임은 “단순 관리를 넘어 일상에서 ‘슈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며 “장작불을 멍 때리고 가만히 보는 것을 ‘불멍’이라고 하지 않나.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신발들을 올려놓고 ‘슈멍’을 하더라”고 했다.

LG전자는 스타일러가 새집 장만, 신혼 살림의 ‘필수템’이 된 것처럼 슈케어·슈케이스도 제2의 국민 아이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책임은 “집에 들어가면 샤워하고 양말도 매일 갈아 신듯이 신발 역시 신을 때마다 관리를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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