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중재 위해 대통령 방미 수행도 포기한 복지부 장관…성공할까
간호법 제정안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찬반 단체들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간호사단체는 연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간호법 본회의 통과를 요구하는 중이다. 의사단체·간호조무사단체 등은 간호법 통과 시 파업을 하겠다고 이미 맞불을 놓았다. 정부가 뒤늦게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견해를 묻자 “의료법 체계 내에서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현재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되는 것보다는 당·정의 중재안,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의료현장에서 직역 간 유기적 협력이 중요한데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협업을 어렵게 하고 의료현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각 직역의 독립법 제정 요구가 나올 수 있어서 의료법 체계 내에서 전반적으로 더 검토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취지로 당정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간호법을 통해 (반영)하려고 했던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인의 역할 변화, 간호사들의 근무여건·처우 개선 등이 중요한데 간호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 간호법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단체의 숙원인 간호법 제정안은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진 간호사의 업무범위와 처우개선 방향을 규정한다. 의사단체는 간호법 제정안에 담긴 업무범위 중 ‘지역사회’라는 문구로 간호사들이 단독 개원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 반대하고, 간호조무사 등은 간호사가 타직역의 업무를 침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정 중재안의 핵심은 ‘간호법’ 대신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을 바꾸고 간호 업무범위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법안을 만들 때 국민의힘이 동참했다면서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도 이날 복지위에서 “현재까지 중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여당이 중재안을 들고나온 시점이 늦었을뿐더러 중간에 견해를 바꿨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이후 의료 단체들은 1년 가까이 찬반 대립으로 각을 세웠다. 간호법 제정안이 복지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도 지난 2월인데 당·정 중재안은지난 11일에야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고 있는 최연숙 의원은 24일 국회 복지위에서 간호사 외 약사, 한의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를 정한 법이 있다면서 정부가 사실을 오도하고 태도 변화로 인해 직역 간 갈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7일 본회의 전까지 계속 중재에 나설 예정이다. 조 장관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따라나서려다 간호사법 중재를 위해 일정을 바꿨다. 이날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이와 함께 다른 직역들의 파업 자제도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의 중재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간협은 원안 고수 방침이 강경하고, 국민의힘 상대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의협은 본회의 전날인 26일 민주당 당사 앞에서 간호법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지난 7~19일 진행된 의협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에서 회원 83%가 찬성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25일 1000여명이 개인 연가를 활용해서 참여하는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다고 예고했고, 간호법 통과 시 단독으로라도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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