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대주주 '호반' 동정보도 5배 많고 부정 기사는 '침묵'

박재령 기자 2023. 4.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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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개월 동안 총 261건, 8개 타사 신문 보도는 평균 48.5건
대부분 호반건설 수상 실적, 장학금 지원, 분양 아파트 홍보 기사
압수수색 사실 최대한 간단처리… 대장동위례신도시 관련 혐의엔 '침묵'
공정위 고발, 일감 몰아주기 의혹, 현장 노동자 사망 기사도 지면에 없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호반건설이 대주주로 있는 서울신문이 타 일간지보다 최대 7배 많은 호반 관련 기사를 내고 있다. 대장동 등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구체적 혐의나 공정거래위원회 고발과 같은 부정적 기사는 없었고, 호반의 수상 실적, 기부 등 대주주 동정 보도가 절대 다수였다. 대주주 보도를 견제하기 위해선 공정보도위원회 등 회사 내 자정능력이 중요하지만 서울신문은 내부 장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서울신문. 사진=장슬기 기자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호반'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서울신문은 2022년 1월1일부터 2023년 4월24일까지 총 261건의 호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9개 일간지(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중 가장 보도량이 적었던 경향신문(36건)과 비교하면 약 7배 차이다. 서울신문을 제외한 8개 신문의 호반 관련 보도 평균은 48.5건으로 세계일보(71건), 동아일보(50건) 등이 서울신문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컸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호반 기사는 대부분 홍보성 기사다. 호반건설의 수상 실적과 기부, 호반장학재단의 장학금 지원 등 대주주 동정과 호반건설이 공급분양하는 아파트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호반이 후원하는 스포츠대회 기사는 덤이었고, 타 일간지에선 찾아보기 힘든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 지난 18일자 서울신문 24면 기사.
▲ 지난달 13일자 서울신문 18면 기사.
▲ 지난달 10일자 서울신문 25면 기사.

호반건설은 위례신도시, 대장동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계속 언급되는 회사다. 지난해 9월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수사에서 개발사업 시공사인 호반건설이 압수수색돼 비자금 조성 의혹, 배당이익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9월, 호반건설과 자회사의 압수수색을 전하며 “호반건설이 자회사를 통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분양대행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했고, 9월27일 보도에선 “호반건설은 169억 원 상당을 배당이익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 지난해 9월2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지난 12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해서도 호반건설은 지난 11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호반은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12일 “호반건설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와해하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11월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관련 의혹 보도에선 “(정 실장은) 호반건설이 개발이익 210억 원을 얻게 한 혐의도 받는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12일과 지난해 9월 호반건설의 압수수색 소식을 최대한 짧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타 일간지에선 호반건설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명시됐지만 서울신문 기사에선 '호반건설' 단어가 단 한 차례씩 등장했다. 개발이익, 컨소시엄 등의 의혹은 찾기 힘들었다.

▲ 지난해 1월20일자 한겨레 기사.
▲ 지난해 11월18일 한겨레 기사.

24일 기준 2022년 이후 서울신문 지면에 등장한 호반 관련 기사 183건 중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한 단 2건의 기사를 제외하면 호반건설 관련 사회성 기사는 전무했다. 타 일간지에서 볼 수 있는 서울신문 기사삭제 논란, 공정위의 호반건설 고발, 친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호반산업 현장의 노동자 사망 등은 서울신문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서울신문, 호반 대해부 보도 일괄 삭제]

[관련 기사 : 공정위 고발된 호반건설 대주주로 둔 언론 침묵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대주주 관련 보도 현황을 제출하는 지역 민영방송사와 달리 신문은 대주주 보도 견제 장치가 없다. 현행 신문법엔 “편집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돼 강제성이 없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신문법에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와 호반건설 인수 이후 서울신문이 입주한 우면동 호반파크.

결국 구성원들이 견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호반건설 인수 이후 내부 자정능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김동찬 위원장은 “보통 언론사는 대주주 문제 관련해서 이해충돌 문제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인수 과정에서 그런 내부적 장치나 문화, 제도가 많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대주주 관련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도하는 게 정상인데, 지금 서울신문은 그런 보도를 했을 때 기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내에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자사 보도 관련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내는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가 있다. 하지만 현재 활성화는 안 된 모습이다. 김준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장은 지난 20일 통화에서 “공보위는 구성이 돼 있는데 지금 활동을 잘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김준 지부장에게 공보위 활동이 미진한 이유와 대주주(호반건설) 관련 보도 내용도 안건에 올라올 수 있는지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추가로 물었지만 24일 보도 시점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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