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꾼' 동해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특혜·쪼개기' 의혹
김진태 지사 감사 지시 "도민 피해 참을 수 없어…당시 진상 규명" 강조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도가 전세사기 피의자 남모(62)씨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국제 복합관광도시 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특혜 및 쪼개기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한 당시 강원도 감사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과 부실 감사가 도마에 오르고 배후로 유력 정치인 개입설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강원도와 동해시 등에 따르면 2013년 7월 개청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은 2015년 2월 캐나다 던디사를 '망상 사계절 명품 해양·복합관광도시' 개발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으나 2017년 5월 사업을 포기하자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동자청은 2017년 7월 망상 지구 내 경매 부지를 낙찰받으면 예비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잔여 부지 매입을 통해 사업부지 50% 이상을 확보하면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남씨가 운영하던 S건설과 했다.
남씨는 같은 해 8월 동해이씨티국제관광도시개발(동해이씨티)이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한 달 뒤인 9월 4일 망상 부지를 143억원에 낙찰받았다.
자본금이 60억원인 동해이씨티는 S건설이 지분 70%를, 나머지 30%는 남씨가 소유하는 구조였다.
이후 동자청은 개발사업 현실화를 위한 면적 조정이라는 이유로 사업 규모를 6.39㎢(193만평)에서 3.91㎢(119만평)로 축소하고, 3개 지구로 쪼갰다.
경자청은 동해이씨티가 망상1지구 전체 토지의 52.7%를 소유하고, 모 회사인 S건설이 다수의 시공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며 2018년 11월 망상 1지구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당시 제출된 서류에는 S건설의 규모가 10개 계열사, 직원 2천521명에 총자산 1조2천억원, 총 사업매출은 4조5천억원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동해시는 동해이씨티가 거짓으로 투자 의향서를 제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 능력, 유사 개발사업 시행 경험, 자금 조달 능력이 극히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동해시가 확인한 S건설의 법인 등기부상의 자본금은 5억1천만원, 직원은 9명에 불과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2020년도 시공 능력이 33억3천800만원, 자산 총계는 67억원에 부채 비율은 398.43%나 됐다. 2019년 매출액은 24억2천만원에 그쳤다.
동해시는 당시 "개발 구역 내 50% 이상 토지 소유자를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S건설이 만든 자본금 70억원의 동해이씨티가 지정됐고 이에 대한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면 동자청의 책임 있고 명확한 자료 공개는 당연하다"고 압박했다.
이러한 의혹에 강원도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진상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자청 망상지구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2020년 11월 망상지구 쪼개기와 개발사업시행자 선정 특혜 의혹, 9천여세대 아파트 개발 계획에 대한 특별감사를 도에 요구했지만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도 감사위는 당시 "관련 법령에서 제시한 요건을 충족하고, 캐나다 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외국인 투자능력을 보이고 있으며,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결론 등을 토대로 동자청은 "동해시와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도시계획심의가 5차례 유보되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비대위 등이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사업자 선정 의혹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진정 민원도 2021년 12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동해이씨티는 나머지 토지 165만㎡를 매입하지 못했고, 토지 수용재결 공탁금 200여억원을 지난해 기한까지 예치하지 못하면서 현재 소유 토지에 대한 법원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동자청은 사업자를 교체하고, 현 개발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씨는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 선정 당시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2022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기소 됐다.
강원도는 전세 사기 피의자인 남씨가 동해안권 관광개발 사업에 개입하면서 파문이 확산하자 동해이씨티에 대한 긴급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진태 지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취임 후 망상지구 사업 내용을 살펴보니 아파트 9천세대를 짓겠다는 게 포함돼 있어 강원도가 무슨 대장동이냐고 생각했다"며 "경자청에서 그걸 담당하는 사람들과 남씨가 너무 유착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사업을 시행하려면 땅을 50% 확보해야 하는데 50%를 채우기 힘드니까 전체 사업지구를 대폭 줄여 줬다. 50%를 맞추기 위해 분모를 줄여주니까 땅을 더 매입하지 않더라도 단번에 조건을 맞추게 됐다"며 "197만평이던 사업지구를 어느 날 갑자기 103만평으로 줄여주니까 동해시에서 탄원이 빗발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임 도정에서 있었던 일을 감사하는 게 부담되지만, 남씨가 검찰에 기소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 3년 전 강릉지청에서 수사해 무혐의가 됐는데 2022년 서울 중앙지검에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조작해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2020년에도 동해시의 특별감사 요구로 감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 수사 결과가 뒤바뀌었듯이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봐야겠다"며 "일각에서 정치적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임 지사에 대해 관심 없다. 다만 인천에서 피해를 주던 사기꾼이 강원 도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하면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동자청장을 문제 삼으려고 했더니 임기 만료로 집에 가고 당시 본부장은 암으로 사망했다. 그 밑에 있던 담당 부장은 자진해서 사퇴해 감사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당시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사는 1∼2개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씨는 2018년 동해 망상지구 개발에 관여,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비롯해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이른바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기소 됐으며, 남씨 일당 61명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현재까지 388억원이며 피해자 수는 481명이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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