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고점 찍은 원·달러 환율… ‘6.6원 껑충’ 1334.8원 마감
수출 부진·무역적자 등이 더욱 부추겨
달러 안정된 상황서 원화 낙폭 유독 커
국민연금 스와프 ‘약발 잃었나’ 우려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하루 만에 7원 가까이 오르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해는 ‘킹달러’에 따른 전세계적 현상이었지만, 지금은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유독 원화 가치의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심화하는 양상이라 주목된다.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에 동조화를 보인 데다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 지속에 따라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334.8원에 마감했다. 지난 21일(1328.2원)에 이어 연일 연고점을 경신했다. 앞서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4.3원 오른 1332.5원에 출발했다. 이후 강보합권에 머물다가, 점심 무렵 상승 폭을 키웠다. 한때 1337.1원까지 치솟으면서 장중에도 연고점을 재차 경신한 바 있다.
이날 장중에는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당분간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였다. 신임 총재가 임기를 시작하며 BOJ의 초저금리 기조에 대해 서서히 피벗(pivot·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나오는 가운데, 아직은 때가 아님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 상승을 제한하게 되는 것이므로 원화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오늘은 반대 흐름을 보인 셈이다.
반도체·대만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연초 달러당 6.6~6.7위안이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최근 6.9위안 근처를 움직이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대리·proxy) 통화로 꼽혀 같은 방향성을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 지속 등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이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은 3월까지 6개월 연속 역성장 중이고, 무역적자는 13개월째다. 4월 1~20일 수출액과 무역수지 양상을 볼 때도 수출 ‘마이너스’와 무역적자 행진을 또 이어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게다가 통상 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배당 역송금)하는 시기라,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킹달러 현상이 작용하던 지난해와 달리 현재 달러 가치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의 낙폭은 유독 크다. 이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102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장중 한때 약 1년 만에 100대로 떨어졌다. 지난 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약세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또 실제로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각국 통화 등락률을 살펴보면 원화값은 1.296% 떨어져 아시아 11개국 통화 중 필리핀 페소(-2.786%) 다음으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조만간 한미 금리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5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 차는 1.75%p까지 벌어진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35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를 체결한 조치가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외환당국의 해당 조치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298.9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올라왔다.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엿새 동안 35.9원이나 뛰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진행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체결 이후에도 환율이 계속해서 연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환율을 계속 유심히 보고 있다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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