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물가 치솟는데 … 팁을 꼭 줘야 할까
영국선 경우에 따라 달라 혼란
외식비 오르면서 부담 커지자
청년들 사이에선 점점 사라져
팁문화는 한국인이나 미국인에게는 명쾌하다. "당신의 나라에서는 팁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Never', 미국인이라면 'Always'로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겠지만 영국인의 경우 대답은 난해해진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된 후 한국을 포함해 타국살이를 오래 한 지라 영국에서 언제 팁을 주어야 하는지 종종 혼란스럽다. 그래서 영국 토박이들에게 일반적인 관행을 묻거나 그래도 애매한 경우에는 구글에서 검색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혼란스럽다. 구글은 식사비의 10~15%를 팁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영국에서 외식할 경우 식사비의 10~15%는 상당한 금액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식당에서 식사한다고 해도 5명이 식사할 경우 100파운드가 훌쩍 넘는다. 거기에 10%에 해당하는 10파운드(1만6000원 정도)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서비스가 아주 훌륭했다고 해도, 내 지인의 대부분은 3~5파운드 정도의 팁을 남긴다고 한다.
요즘에는 계산서에 아예 식사비의 10~15%를 서비스 요금으로 추가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이런 식당들은 대개 메뉴판을 통해 봉사료가 추가된다는 것을 고지하지만, 최근 일부 식당은 교묘한 전략으로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얼마 전 내가 방문했던 식당은 메뉴판에 봉사료에 대한 설명이 없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받은 계산서에 '선택'이 가능한 12.5%의 서비스 요금이 포함돼 있었다. 법적으로 카드를 긁기 전에 서비스 요금을 빼 달라고 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 웨이터 앞에서 야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일부 영국 식당들은 연민과 죄책감을 교묘하게 이용해 고객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팁을 지불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적인 팁에 대해 속으로 욕하며 식당 문을 나설 것이다.
이런 혼란이 초래된 이유 중 하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영국에서도 새로운 문물이었기 때문이다. 집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이 아닌 음료를 마신다는 개념을 포함해 두 단어 모두 프랑스에서 전해진 것이다. 과거 영국 사람들은 펍, 티숍, 여관에 딸린 식당 등에서 식사를 했지만 팁을 주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술집에서도 팁을 주지만 영국의 펍은 다르다. 옛날에는 펍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펍에서 숙식을 해결했는데 그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대해 무언가 보상을 하고 싶다면 팁을 주는 대신 음식을 주문하면서 직원들의 술이나 음식값을 미리 계산했다. 이제 이런 문화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 노년층에는 간간이 남아 있다.
이러한 영국만의 독특한 팁문화는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 요즘 특히나 젊은이들은 가능한 한 팁을 주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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